“노조가 권력화, 관료화하면서 비리에 연루된 측면이 있다.”
노조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5월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노조비리의 원인을 이 같이 진단했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이끌었던 노동계가 더 이상 타락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한 것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조가 가장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등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고위간부와 대기업 노조 간부들이 조직원 설득 등을 대가로 사측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취업을 미끼로 거액의 금품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권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같이 노조 간부들이 조직원과 사측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노조의 관료화가 있다. 노조 간부가 직업이 됐으며, 극소수지만 수억원대의 연봉자도 존재한다.
50년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노총의 경우 3선 선출직 간부는 18.1%, 4선 이상은 24.1%에 이른다. 재직 기간 9년 이상도 41.4%에 달하며, 30년 이상 간부로 활동하는 위원장도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는 고금의 진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사실이 최근 노조비리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민주적 노동자단체임을 자임하는 민주노총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더구나 권력화, 관료화한 노조 집행부에 대해 재정 투명성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없어 노조 비리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개별 노조는 예ㆍ결산서를 조작하거나 공개하지 않아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양 노총은 집행부 또는 산하조직의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겠다”고 역설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노조 간부 개인의 도덕적 해이도 비리의 원인이다. 한국노총 복지센터 건설과정에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배 중인 권오만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부산택시노조 위원장 시절인 2001년 비리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전과자이다. 금품수수, 향응 접대가 생활의 일부가 된 노조 간부들도 쉽게 목격된다고 일선 조합원들은 말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노조비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구조적, 개인적, 자주적 측면에서 모두 비롯된다”면서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을 운용하고 간부들의 도덕성 회복운동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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