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은 런던 지하철 테러와 발리 테러 이후 세계적으로 테러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포함한 21개 회원국 정상과 요인을 경호하고 다중을 타깃으로 한 테러를 막는 건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회의 이상으로 중요하다. 국가정보원은 군, 경찰, 소방방재청 등과 경호안전통제단을 발족해 대테러 비상체제를 가동해 왔다.
■ 테러위협 이렇게 막는다
우리나라가 이라크에 세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호경비는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경호의 핵심은 정상들이 머물 해운대 등지 7곳의 특급호텔과 1, 2차 정상회의장인 해운대의 벡스코(BEXCOㆍ부산전시컨벤션센터) 및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하우스, 김해국제공항 등 10개 주요 시설이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은 최첨단 정찰ㆍ경비 무기로 장막이 쳐진다.
공중조기경보기(AWACS)가 떠 24시간 동북아를 감시하며 해역에는 키티호크호, 엔터프라이즈호 등 미국의 항공모함들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중침투에 대비해 대잠함과 대잠초계기도 동원된다.
정상들이 숙소와 회의장을 오갈 때는 30분 가량 교통이 전면 통제된다. 정상들의 차량행렬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이동간격이 조정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폭발사고에 대비해 이동로 주변의 맨홀 뚜껑도 봉인하는 등 초정밀 경호대책이 마련돼 있다. 각국 정상의 입국 시간과 숙소는 보도금지사항이다.
경호경비의 핵심 중 핵심은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운대 벡스코와 누리마루하우스다. 이곳에서는 육ㆍ해ㆍ공 입체경비가 펼쳐진다. 바다와 연한 누리마루 하우스 7㎞ 이내에는 선박의 항해는 물론, 회의장 상공의 비행도 제한된다.
부근 해상에는 최고속력 45노트에 적외선 열상카메라 등 최신장비를 갖춘 해경 소속 100톤급 초고속 경비정(P-135정)이 배치돼 소형선박 등에 의한 해상테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
미국은 최첨단 경호 장비와 인력을 별도로 파견해 부시 대통령에 대한 1선 근접경호를 자체적으로 맡는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등으로 구성된 대테러 선발대 100여명은 11월 초에, 본진은 정상회의에 임박해 대거 입국할 예정이다.
행사기간 중 경찰 50여개 중대 5,000여명을 비롯해 군과 국정원 관계자 등 모두 3만 7,000여명이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한다. 특히 정상회의가 열리는 18, 19일에는 전국 170개 중대의 경찰병력이 투입된다.
서울, 부산 등 전국 5개 경찰특공대 대원 170여명 가운데 90여명은 다음달 1일부터 김해국제공항과 정상회의장 주변에, 나머지 80여명은 시내 곳곳에 사복차림으로 배치돼 테러 가능성을 ‘이 잡듯이’ 살핀다. 특별치안강화구역인 정상회의장과 정상들의 숙소 주변에는 대통령 경호실과 경찰, 군 등이 1, 2, 3선의 3중 경계를 펼친다.
부산의 관문인 김해국제공항에는 20일부터 18개 국내외 청사 출입구 가운데 9개 출입구에 금속탐지기와 임시검문소가 설치되며 나머지는 봉쇄된다.
지하철과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도 테러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33명의 경찰특공대 출신과 군특수부대 출신 420여명이 시민안전봉사대원 3,000여명과 함께 부산지하철 31개 역과 부산역 등에서 대테러 활동을 벌인다. 자원봉사자 1만 5,000여명도 함께 일한다.
문의 및 신고는 국가정보원 테러정보통합센터(tiic.nis.go.kr) (02)501-0662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한국 기대효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리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선진 통상국가라는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를 드높일 것”이라고 정상회의 개최 효과를 요약했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APEC 정상들이 설정한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의 목표가 달성되는 시점인 만큼 역내 중견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이 재확인될 것이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무역투자 자유화를 주도해 우리 기업이 진출할 시장 규모를 확대한다는 기대도 크다. 또 대외신인도를 높여 외국인 투자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교적으로는 북핵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해 온 한국의 입지가 보다 강화될 것이다. 이는 정상회의를 전후로 열리는 한미 등 양자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동북아중심 국가 지향,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이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는지 등이 드러날 것이다.
국가 이미지를 드높이는 것 말고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부산’이다. 최종무 APEC 준비기획단 실장은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제고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부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을 인정받았으나, 부산은 이번 기회에 세계 주요도시로 각인될 수 있는 기회이다.
동북아 물류중심으로의 부상을 꿈꾸는 부산시에게 이는 결코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소득이라 할 수 있다. 매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도시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정상들의 합의사항을 담은 ‘선언’에 개최도시의 이름이 붙는다.
부산에 미치는 실질적인 경제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APEC은 전세계 GDP(세계총생산)의 57%, 교역량의 46%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경제협력체이다.
두 차례 정상회의 및 각료회의, 세계 유수기업의 최고경영자 1,000여명이 참가하는 CEO정상회의 등 각종 회의에다 각국의 고위 공무원, 비즈니스맨, 비정부기구(NGO), 언론인 등 모두 6,000여명이 참가하기 때문에 도시 홍보와 시장개척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다.
또한 해운대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지역 문화관광자원이 널리 알려져 관광산업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고, 각종 국제회의 개최에도 한층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도시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시민의식과 자긍심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분석 결과 APEC 개최 파급 효과는 생산유발 4,021억원, 부가가치 유발 1,747억원, 소득유발 935억원 등 총 6,703억원에 취업유발 효과도 6,1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이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세계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
이영섭기자 yslee@hk.co.kr
■ 10만명 시위 예고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국내외 시민단체들의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문화연대등 53개시민단체로 구성된 ‘아펙반대국민행동’은11월18일오후 1시부산 APEC 정상회의장 앞에서 10만여명이 모이는‘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시반대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에는 3만~4만명이 모이는 전농 시위를 비롯해 산하 단체별 반대시위가 행사장주변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부산 APEC 역시 반미·반세계화 시위로 홍역을 앓을 전망이다.
17일 오후 7시에는 범국민대회 전야제가 열리며 16일과 17일에는 전쟁, 신자유주의, 환경문제 등 20여개 의제를 논의하는 부산국제민중포럼이 계획돼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대응을 위한 홍콩 민중동맹, 일본 반전단체 AWC(Asia Wide Campaign), 미국 반전단체연합 A.N.S.W.E.R, 국제농민조직 비아캄페시나 등 해외 시민단체들도 방한해 연대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김어진 아펙 반대국민행동선전 홍보팀장은 “2001년 9·11 테러직후 열린 중국 상하이 APEC 이후 회의는 부시 대통령의‘테러와의 전쟁’을지지하고 파병을 논의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며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지원은 없고 자유무역이라는 미명하에 시장개방만을 강요하는 APEC을 위해 수백억원씩 들여 잔치를 벌이는 정부를 규탄할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정치분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디딤돌이다.
9ㆍ19 6자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문제의 가닥을 잡은 뒤 이어지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20세기의 유산인 한반도 냉전체제를 어느정도 허물어보자는 게 한국 정부의 외교 목표이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진행되는 한미, 한중, 한일,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냉전구조 해체의 필요성과 공감대를 확산시킨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과의 잇단 회동은 북한이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족쇄가 될 것이다. 아울러 11월 초로 예정된 5차 6자 회담이 종료되고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차기 회담의 원동력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양자 정상회담 분위기는 21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정상회의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 문제 논의를 본령으로 하는 APEC은 지역안보 현안을 다루지 않아온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에는 의장국인 한국의 입장을 감안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체 정상들의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멕시코 로스카보스 APEC 당시에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의장 요약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02년 북핵 문제가 장외에 있을 당시와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전제한 뒤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바라는 아태 국가들의 뜻이 결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의 기간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인사의 참석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APEC 정상회의 참가 의사를 밝히고 회원국들이 북한 참가에 동의해야 하나 북한의 참가 의사 표명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인사 초청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한편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문제와 더불어 안전한 아태지역을 위한 반(反)테러 논의도 국제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리 테러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데다 테러 문제가 21세기 최대 안보 위협으로 대두되는 상황이어서 회원국들은 단호한 반테러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 경제분야
부산 APEC 정상회의의 주제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이다.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들은 18, 19일 무역자유화와 교역활성화를 통해 지역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나가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18일 개최되는 1차 회의는 ‘무역자유화의 진전’이라는 주제 아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지원, 보고르 목표(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자유화 달성) 이행의지 재확인, 자유무역 및 자유무역협정(RTA/FTA)의 확산과 이에 대한 대응, 경제기술 협력 및 경제 양극화 격차해소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19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는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지역’이라는 주제로 대테러 조치, 전염병과 재난에 대한 공동대응, 에너지안보, 반부패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특히 조류독감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과 백신개발 등 공동의 대책이 의미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잇단 지구촌 재난에 대한 공동대책도 관심사항이다.
APEC은 정부차원에서만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17~19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500여명이 모여 ‘최고경영자회의(CEO서밋)’를 개최한다.
CEO서밋은 지역 내 대표적 기업인이 모여 역내의 경제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올해 주제는 ‘기업가 정신과 번영: 아태 지역의 성공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13개국의 정상이 참여하는 정상세션과 7개의 토론세션으로 구성되는데 토론세션의 주제는 ‘자유무역과 글로벌 경쟁’,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전략과 정책’, ‘에너지안보와 세계경제’, ‘정보통신기술과 지식기반 경제’, ‘아태 금융시장의 기회와 도전’, ‘성공적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 등이다.
정상회의에 앞서 14~16일에는 APEC의 민간자문기구인 ABAC 회의가 개최되는데, 이 회의에서는 WTO DDA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위해 APEC 정상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범태평양졍제아젠다(TPBA)를 집중논의할 예정이다. TPBA는 과거 EU 통합과정과 마찬가지로 아태지역 내에서도 EU와 같은 하나의 통합된 시장을 창설하자는 구상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 최고경영자회의 'CEO 서밋' 누가 오나
이번 APEC 기간 중에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인과 경제계 인사들이 CEO 서밋에 온다.
1996년 ‘APEC 비즈니스 포럼’으로 시작된 APEC 최고경영자 회의는 매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기에 함께 열린다. APEC 회원국의 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제현안뿐만 아니라 사업현안과 투자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APEC 최고경영자 회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의장을 맡아 진행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9일 현재 참가 등록을 완료한 기업인은 21개 회원국 608명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개최국인 한국이 193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85명) 미국(66명) 러시아(35명) 홍콩(27명) 대만(21명) 싱가포르(14명) 칠레(13명) 호주(12명) 등의 순이다.
참석 주요 기업인으로는 미국의 경우 윌리엄 로즈 시티그룹 수석 부회장, 제이 콜린스 시티그룹 CEO, 리사 배리 쉐브론 부회장, 존 천 사이베이스 사장, 마틴 설리번 AIG 사장, 존 하인즈 게일사 사장, 잭 마 알리바바닷컴 사장, 크래그 먼디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에릭 갠티어 DHL 부사장, 더 플레처 IBM 부사장 등이다.
중화권에서는 왕지훼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VPIT) 위원장, 빅터 펑 리앤펑 그룹 회장, 푸청위 중국석유공사(CNOOC) 대표, 선 잉 시노스카이텔레콤 회장, 탄 호 첸 중화텔레콤 회장(대만), 창야오청 중화항공(차이나에어라인) 회장(대만) 등의 참석이 확정됐다.
이밖에 러시아의 석유회사인 JSC Gazprom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 이노구치 다케오 미쓰이스미토모 보험 회장, 조지 에드워즈 SAI글로벌 회장(호주) 등이 방한한다.
우리 기업인으로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구자홍 LS그룹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남주수 KT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이 참석한다.
황상진 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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