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돌려 받지 못하는 세금이고, 부가가치세는 소득세의 일종이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국민연금과 부가가치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제부처 관료들은 “국민들의 인식 전환만 이뤄져도 경제 활력과 조세ㆍ재정개혁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10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매년 20조원 이상 납부하는 국민연금을 저축과 세금 중 어떤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게 엇갈린다.
저축으로 여기면 20조원 중 일부를 미리 소비해 경기 회복에 기여하지만, 세금으로 생각하면 소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 대다수는 국민연금에 대해 정부와는 사뭇 다른 인식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변양균 기획처 장관은 최근 기자설명회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70%는 국민연금을 ‘미래의 저축’ 보다는 ‘돌려 받지 못하는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은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우리와는 정반대”라고 밝혔다.
기획처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으로만 평가하면 한국인은 아직도 ‘후진적 소비패턴’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3%로 예상돼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까지 포함하면 공공부분의 통합재정은 오히려 2조원 넘게 흑자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세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도 정부의 세제 개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부가세란 이론상 개인 소득과는 무관하게 물건 값의 10%를 세금으로 매기는 간접세인데도, 대다수 국민들은 소득에서 10%를 떼어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부가세를 소득세로 인식하고 있어 부가세율 인상을 추진할 경우 강력한 조세저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경부는 중장기 조세개혁 차원에서 부가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부가세율 인상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연구소와 시민단체는 국민들의 인식 부족을 아쉬워하며 적극적인 대책을 미루고 있는 정부 태도가 더 문제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 체제로는 국민연금이 50년 안에 고갈될 게 뻔한데도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루고 있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면서 “국민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국민연금과 세출구조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이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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