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아주 큰 맘 먹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법을 배웠다. 예전에는 서로 의사를 전할 일이 있으면 그냥 전화를 걸면 되지 했는데, 휴대폰을 사용하다 보니 전화를 걸어서 의사를 전달해야 할 일과 문자로 의사를 전달해야 할 일이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생기는 것이었다.
방금 전 어떤 자료를 인터넷으로 보냈는데 확인해보십시오, 하는 문자를 받았을 경우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보다 상대처럼 같이 문자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번거롭지 않고 깔끔하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전화를 꺼놓고 있는 아이에게 무얼 알려주거나 물을 때에도 그렇다.
그런데 어제 문자 작성법을 배우다 보니 정말 한글이야말로 스물 네 글자의 모음과 자음이 10개의 숫자판으로 모두 다 신기하게, 또 아주 간단한 규칙 아래 조화롭게 해결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휴대폰을 사용한 지 10년이 되는데 이제야 문자 보내는 법을 배웠다. 그동안은 오는 전화를 받기만 하고, 또 내가 상대에게 전화를 걸기만 했는데, 이제 거기에 또 한 가지의 기능을 추가하여 나도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글씨를 처음 배운 아이 같은 마음이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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