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복지기금 유용과 복지센터 건설과정에서의 건설사 리베이트 수수(한국노총), 채용관련 금품수수(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 부산ㆍ인천 항운노조), 납품관련 뇌물 수수(현대자동차 노조),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부터 금품수수(민주노총).
한국의 노조가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올해 초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들이 직원채용과정에서 금품을 수수, 무더기 구속된 사건을 시작으로 대형 노조 비리사건이 벌써 10여건에 이른다. 금품 수수 금액도 사건마다 수억원에 달해 전형적인 ‘축재형 비리’로 꼽히고 있다. 비리사건에는 단위 사업장 간부는 물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최고위급 인물까지 연루돼 “더 이상 타락할 곳이 있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8일 구속 수감된 민주노총의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사건은 이 같은 노조 비리의 결정판이었다. 택시사업자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에 대해 조합원들을 설득해주겠다며 사업자 단체에 전화를 걸어 거액을 받은 것으로 구속영장에 나와 있다. 그는 또 최근까지도 택시사업자 단체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 수석부위원장 구속수감 이후 민주노총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산하 단위사업장의 비리사건으로 노조 간부 수십명이 구속됐으나 중앙집행부의 간부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노총과 도덕성으로 차별화하기도 어렵게 됐다.
10일 오전 이수호 위원장의 직무정지 결정과 이날 밤 이 위원장 등 지도부 사퇴 관련 논의는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어쩌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비리사건 등 단위 사업장의 비리사건이 터질 때 민주노총 이 위원장은 “비리를 낱낱이 밝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번에 구속된 강 수석부위원장은 이 위원장의 최측근이어서 이 위원장 스스로가 이를 해결할 위치에 있지 않다. 결국 이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직무를 정지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18개 연맹 위원장과 15개 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중앙집행위원회를 갖고 집행부 간부 중심으로 구성된 상임집행위원회를 다시 열어 이 위원장의 거취와 조직의 방침에 대해 결정키로 했다. 만일 집행부 총사퇴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를 통해 차기 집행부를 선출하게 된다.
현재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강경파가 집행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노동계의 지각변동과 기본전략ㆍ전술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강경파가 민주노총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전제할 경우 우선 강ㆍ온건파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초래했던 노ㆍ사ㆍ정 대화 참여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경파로 바뀔 경우 비정규직 법안 처리는 물론, 복수노조 허용 등을 포함한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도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진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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