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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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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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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한글로 문자 생활을 하고 있다. 문맹률이 가장 낮은 것도 이 한글 덕분이며 세종대왕의 은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말글 생활을 살펴보면 반성하고 고쳐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세계화 열풍이 불면서 한글 홀대는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국한혼용론자들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섞어 쓰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언론에서 마구 수입해 퍼뜨리는 외래어는 우리말을 어지럽게 한다. 새로 접하는 로스쿨, 로펌, 유비쿼터스, 소셜 믹스, 프로슈머, 블루 오션, 엑스파일 등 생소한 시사용어를 공부해 가면서 신문을 보려면 골치가 아프다.

언론은 한편에서는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을 펼치면서도 방송 출연자들의 입에서는 속된 말, 잘못 쓰는 말들이 속출한다. 방송 기자가 ‘시간’과 ‘시각’도 구별해 쓸 줄 모르고 ‘김ː밥’을 ‘김ː빱’으로 발음한다.

‘짱’이나 ‘끼’와 같은 속어가 이제 방송 언어로 통용되다시피 하고 ‘hi Seoul’, ‘바이 인천 프로젝트’, ‘비바! K-리그’ 등 지방자치단체를 홍보하기 위한 표제나 행사 주제가 영어를 포함한 국적불명의 말들이다. 여기에 인터넷 통신언어에서 쓰이는 무분별한 말, 글이 생활 언어에까지 침범하여 우리 말, 글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제 한글날 559돌을 지내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난 7월에 발효된 국어기본법은 권장사항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강제 규정으로 하여 공공기관이나 언론, 일반 국민들에게 적용하기 바란다. 특히 언론은 국어기본법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립국어원’과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주관으로 ‘국어능력 인증시험’을 치르게 하여 기업체뿐만 아니라 공무원 채용 시험, 특히 교사 임용의 전제 조건으로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을 제의한다.

셋째,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격하된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격상시켜야 할 일이다. 우리 민족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검증된 자랑거리 1호라면 ‘한글’밖에 더 있는가.

넷째, 우리말 바르게 가꾸기 운동을 온 국민이 함께 하자는 것이다. 한글은 우리 모두의 문화유산이다. 이를 바르게 가꾸고 발전시키는 일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우리말을 바로 알고 바로 써야 외국어도 제대로 배울 수 있으며, 우리 말, 글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점을 명심하자.

구법회 인천 연수중 교장ㆍ한글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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