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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강진/ 전문가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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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강진/ 전문가들 분석

입력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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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23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마트라 강진과 쓰나미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 카슈미르 대지진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해석이 분분하다.

많은 학자들은 서남아시아를 잇따라 강타한 두 지진이 시기적으로 우연히 일치했을 뿐 별다른 연관성은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진이 판과 판 사이의 경계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의 응축과 분출이라는 ‘지진 주기설’을 근거로 들어 다시 ‘지진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창업 교수는 “현재로서는 지난 해 연말 수마트라 강진과 이번 지진을 연결시킬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진, 해일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백만~수천만년을 두고 끊임없이 반복돼 온 거대한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두 지진이 가까운 시기에 일어나긴 했어도 선후 관계에 있다고 볼만한 물적 증거는 나타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도 박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기상청 박종찬 지진감시 사무관은 “파키스탄은 인도ㆍ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경계면으로 예전부터 지진이 빈발해 온 지역으로 최근 그 횟수가 부쩍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도 과거의 다른 지진과 마찬가지로 경계면에서의 역단층 운동에 의해 일어난 현상일 뿐”이라며 “(이번 강진을) 지난 쓰나미와 연결 짓거나 ‘대재앙’의 전조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또 9일 오전 8시51분께 인천 백령도 동쪽 해상에서 일어난 진도3.4 규모의 무감지진(無感地震ㆍ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의 지진)에 대해서도 “한반도는 파키스탄과 다른 판에 속해 있으므로 이번 지진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진연구소 강익범 박사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이번 카슈미르 강진이 해당 지역을 30~40년 간격으로 강타해 온 ‘주기적인’ 지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강 박사는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1935년과 1974년에 각각 진도7.0 이상의 강진이 일어나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던 곳”이라며 “판과 판이 충돌하며 축적된 에너지가 어느 수준 이상에 이르러 지진으로 터져 나오기까지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이번 지진은 그와 같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커다란 지진들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양측의 공통된 결론은 “현재의 과학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 박 교수는 “현재의 과학 수준은 지진다발 지역의 지도를 펼쳐놓고 그간 지진이 뜸했던 지역에 가까운 시일 내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수준”이라며 해외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강력한 여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방적 차원의 경고일 뿐 근거는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진 주기설’ 가능성을 제기한 강 박사도 “모든 것은 아직까지 심정적 추측의 수준일 뿐,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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