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협의를 제안한 데 대해 통일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롯데관광이 아직 북측과 협의도 시작하지 않았고, 통일부에 신청한 내용도 없는 만큼 먼저 방침을 밝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9일 “롯데관광이 만약 대북 협력사업을 신청한다면 법령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토 근거 법령은 남북교류협력법 시행령 35조. 여기에는 “대북사업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협력사업과 심각한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롯데관광이 개성관광 협력사업을 신청하면 통일부는 “심각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려할 수도 있고, “경쟁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승인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는 2가지 결정이 모두 가능하다.
최근 통일부 내에는 “더 이상 현대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흐름이 조성돼 있다. 그렇다고 통일부가 롯데관광에 사업승인을 해주기도 쉽지 않다. 현대가 개성관광 독점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가 독점권의 근거로 2000년 8월 북측 아태평화위와 체결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제시하고 있다. 합의서에는 ▦남북 철도연결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등 7대사업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 관련 부속합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합의서 상 관광명승지와 개성공단 개발권에 개성관광 사업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현대는 2002년 3월 개성관광 협력사업자로 통일부 승인도 받은 상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와 북한의 갈등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한이 현대를 계속 거부한다면 정부는 현실적으로 다른 사업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북한이 김윤규씨 사건을 빌미로 남북관계 전반을 흔드는데 굴복했다”, “그 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여를 한 현대를 정부가 배신했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이런 고민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지켜보자”는 말만 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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