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사업자 단체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8일 구속 수감된 강승규(48)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먼저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강씨는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이던 2001년 8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박모(58ㆍ구속)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에 출마하려 하니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씨는 이수호 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파’ 대표로 2001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나갔다 3차 결선투표에서 패했고, 이 위원장은 지난해 출마해 당선됐다. 특히 강씨는 지난달 14일에도 박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박씨가 이 달 2일 구속되지 않았다면 비리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는 분석이다. 강씨는 이 돈을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전국택시노조연맹과 민주노총의 민택노련 위원장도 택시사업자 단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 이들을 이번 주 초에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은 “2001년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조합원을 돕고, 노조 간부 월급 등을 지급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채 박씨 등에게 돈을 빌린 게 문제가 된 것 같다”며 “자체조사를 실시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나를 신경 쓰지 말고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며 부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강씨의 구속은 그 자체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반성을 촉구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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