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연비 향상이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강철 대신 알루미늄을 채택해 차 무게를 줄이고 최첨단 기술을 동원, 연비를 끌어올린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기름값에 덜 민감한 수입차 업계도 휘발유(가솔린) 모델에 비해 연비가 20~30% 나은 디젤 모델 판매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차의 무게가 1% 감소하면 연비가 0.5% 개선된다. 빈차 무게가 1,500㎏이고 연비가 ℓ당 10.7㎞인 현대차의 쏘나타를 기준으로 볼 때 무게를 30㎏ 정도 줄여야 ℓ당 100㎙ 정도 더 주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100㎙를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막대한 연구개발(R&D)비를 들여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강철 대신 알루미늄, 마그네슘 채택
차량 무게의 30%를 차지하는 섀시는 차량 경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회사들은 고장력 강판, 알루미늄, 강화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의 신소재 적용을 통해 경량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 경량화 소재인 알루미늄은 현재 후드, 브레이크 등에 일부 적용되고 있고 최근 마그네슘 소재가 에어백과 시트 프레임에 사용되는 예도 늘고 있다.
실제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앞좌석 시트 프레임과 에어백 프레임에 마그네슘 소재를 적용했고, 섀시 일부와 엔진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신형 베르나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후드, 트렁크, 시트 프레임에 알루미늄이 쓰일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주철에 비해 마그네슘은 40~50%, 알루미늄은 30~35% 가볍다.
수입차 업계도 고유가를 피해갈 순 없다. 재규어의 ‘뉴 XJ’ 시리즈는 알루미늄 차체로 연비를 향상시킨 대표적 모델이다.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뉴 XJ는 기존 강철 구조 차량에 비해 무게를 30% 이상 줄여 동급 최고의 연비를 구현했다.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100% 알루미늄 차체의 스포츠카인 ‘뉴 XK’도 선보였다. 아우디의 ‘A8’ 역시 100% 알루미늄 차체를 채용했다. 철제 차량에 비해 120~140㎏이나 무게가 줄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신소재의 경우 기존 소재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싸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이러한 신소재는 고급 차량이나 스포츠 세단 등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차종에 우선 적용된다.
●신기술로 연비 향상
자동차 업계는 항공기 브레이크에 사용되고 있는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를 차량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는 일반 주철 재질의 브레이크 디스크에 비해 가벼운 반면 강도는 더 높다.
크라이슬러의 ‘300C’와 짚의 ‘그랜드 체로키’에 적용된 가변배기시스템도 고유가 시대의 연비 향상 노력 중 하나다. 자동차의 속도나 주행 상태 등에 따라 8개의 엔진 실린더 중 4개만 가동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20% 이상의 연비 향상 효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280’과 ‘E350’에 장착된 V6 엔진과 세계 최초의 7단 변속기는 연료 소모량은 줄이면서 차량의 진동 및 소음은 최소화한 신기술이다.
최적의 변속기어를 확인, 다음 기어뿐만 아니라 2단 아래인 5단으로도 변속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푸조의 최고급 디젤 승용차인 607 HDi는 연비 향상을 위해 기존 디젤 엔진보다 훨씬 가벼운 엔진을 탑재했다. BMW도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엔진을 통해 차 무게를 줄였다.
●디젤 승용차 출시 붐
디젤 승용차도 잇따르고 있다. 국산차 가운데 현대차의 뉴아반떼XD와 베르나, 기아차의 쎄라토와 프라이드의 디젤 모델이 이미 판매되고 있고 수입차에서는 푸조의 407HDi와 607HDi, 폴크스바겐의 페이톤 V6 TDI, 투아렉 V6 TDI, 골프 2.0 TDI 등이 출시됐다. 407HDi는 66ℓ 한번 주유로 1,100㎞ 이상 달릴 수 있고 골프 2.0 TDI의 연비는 ℓ당 15.7㎞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자동차 업계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며 “그러나 트렁크의 쓰지 않는 짐을 비우고 급가속ㆍ급정지를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연비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평소 경제적인 운전법을 익혀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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