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남성팀의 김모 대리는 4월 회사로부터 이제부터 협력업체 관계자와 식사를 해도 괜찮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그 동안 회사의 방침대로 협력업체 사람들과의 식사나 술자리를 가급적 피하는 바람에 너무 야박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터라 여간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밑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식사를 하되, 자기가 먹은 밥값은 자기가 내시오.”
처음엔 더치페이가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담 없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김 대리와 업체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신세계 페이’는 매달 1차례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자리를 만들되, 비용을 직급에 관계없이 인원수대로 공평하게 나누어 그 자리에서 바로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세계가 4월부터 실시한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업윤리임원협의회에서 이 사례를 바탕으로 더치페이 문화를 회원사 전체로 확대 실시하기로 결의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협력업체와의 불건전한 거래관계는 결국 신세계와 협력업체 모두에게 부담을 안겨줘 결국 양 사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세계의 윤리경영은 일찍이 1999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12월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한 신경영이념선포식을 열고 국내 최초로 기업윤리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이어 2001년에는 윤리경영 백서를 발간하고, ‘윤리대상’을 제정해 임직원들의 실천의지를 공고히 했다.
또 자사 홈페이지에 윤리경영 사이트를 개설, 윤리경영 사례를 알려 나갔다. 신세계는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과 임직원 경조사시 협력업체에 이를 알리는 행위조차 금지하고 있다.
윤리경영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도 열심이다.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세전 이익의 1%를 사회공헌 비용으로 책정해 기부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은 사내에 90여 개의 사회봉사 동아리를 구성, 한 달에 1회 이상 보육원 및 독거노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모은 금액만큼의 돈을 지원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통해 이들의 봉사활동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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