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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필요한가' 논쟁/ 열린우리당 문석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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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필요한가' 논쟁/ 열린우리당 문석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입력
200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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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 3일 8조 9,000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한 이후 여야간 정책ㆍ이념 논쟁이 뜨겁다. 한국일보는 여야의 경제 브레인인 열린우리당 문석호 3정조위원장과 한나라당 이종구 전 3정조위원장간 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이 의원은 “서민생활 안정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정부 세출 감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문 의원은 “가난한 사람을 앞세워 실제로는 고소득자와 일부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 주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 한국 경제는 방향키를 잃어 헤매는 배처럼 추동력을 상실했다. 장기침체에 빠져 2만불 시대로 도약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한나라당은 성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지출은 줄이고 경제운용의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큰 시장 작은 정부’가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감세의 기본 원칙이다.

예를 들어 과세기반은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한계세율은 낮추고, 자산의 거래나 이전에 대한 조세는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필요할 경우 득세와 등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 역시 수수료 형태라면 몰라도 세금을 부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런 원칙에 의거해 한나라당은 10가지 감세법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8조9,000억원의 감세효과가 기대됩니다.

문 의원= 어느 정부나 정치집단도 국민부담을 덜어주길 원한다. 하지만 세금감면은 당위성 만큼 현실성도 담보돼야 한다. 올해 약 4조6,000억원의 세수결함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심각한 사회 양극화 문제해결을 위한 복지지출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또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R&D 예산이나 사병복무 여건개선을 위한 국방과 교육예산 등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정부ㆍ여당이 줄이고 줄여 발표한 내년 예산이 221조원이다. 그런데도 9조원이 넘는 국채를 발행해야만 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한나라당이 막대한 액수의 감세안을 들고 나온 건 무책임한 정치공세이자,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다. 한나라당은 감세 주장에 앞서 어떻게 국가지출을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건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 감세안은 대안도 없이 급조됐다는 느낌이 든다.

이= 한나라당 감세안에 대해 대기업이나 부자 세금만 깎아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번 감세안은 오히려 서민과 중소기업, 선량한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택시의 LPG 특소세와 장애인용 차량의 LPG 부가세, 경승합차의 취득ㆍ등록세 면제 등 ‘서민생활 안정 조치’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 조치’가 기본축이다.

물론 무작정 세금만 깎으면 국가채무가 늘어 나라는 파산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감세안과 함께 정부지출 삭감을 제안하는 것이다. 성장동력과 직결되지 않는 국책사업비에서 3조원을 깎고, 인건비 등 경상경비와 불필요한 예비비에서 2조, 각종 위원회에 들어가는 비용과 정권 홍보비, 선거 관련 예산 등에서 2조를 깎을 수 있다. 고통 분담차원에서 공무원 급여부문에서 추가로 1조원을 삭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 한나라당 감세안이 포퓰리즘적이라고 하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감세안을 제시하려면 내년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할 건지를 함께 내놓는 게 상식 아니냐. 내년 예산안 검토도 하지 않고 깎을 액수부터 정했단 말이냐. 예컨대 국책사업비에서 무려 3조원을 깎겠다고 하는데 어느 사업에서 얼마를 깎겠다는 안이 있느냐. 공무원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또 정부 홍보비나 각종 위원회 예산도 깎자고 하는데 그건 얼마 되지도 않는다. 예산안을 깎을 만한 불필요한 위원회는 한 군데도 없다.

이=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경상비와 기타 사업비 등에서 일괄적으로 10% 줄이는 방법도 가능하다. 예비비 예산도 너무 많다. 미국은 재정적자 감축을 목표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예산을 10% 절감 배정한 긴급적자통제법과 균형예산법을 시행한 적이 있다. 이를 얼마든지 벤치마킹할 수 있다.

문= 한나라당 감세안에 서민을 위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삭감 액수가 가장 큰 소득세와 법인세 부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득세는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의 절반이, 법인세는 전체 법인의 34%가 면세점 이하라 원래 세금을 내지않는다. 결국 법인세ㆍ소득세 인하로 실질적 혜택을 보는 건 고소득자와 일부 대기업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감세안은 가난한 사람들을 내세워 부자들 세금을 깎아 주자는 논리 밖에 안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와 비교해도 한국의 법인세ㆍ소득세는 낮은 수준이다.

이= ㉫셉ㅓ??어차피 세금을 내지않는 사람과는 상관없고, 세금을 내는 사람 중 어떤 계층에 혜택이 더 많이 가느냐가 관건이다. 현행 법인세 과세 표준구간을 보자. 1억원 이하 소득 법인에 대해선 13%, 1억원 초과 시엔 25%를 매기는데 한나라당은 앞으로 2억원 이하 법인세 소득에 대해 10%를 매기고, 2억원 초과 소득에는 25%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1억~2억 원 사이의 소득을 내는 중소기업인 입니다. 대기업과는 무관하다. 한나라당 안대로 소득세율을 일괄 2%씩 내리는 경우에도 누진율이 강화해 소득이 낮은 분들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려가게 된다. 결코 부자를 위한 감세가 아니다.

문=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 안에 따라 계산해보자. 법인세를 내는 기업 중 과표 1억 이하에 해당하는 51%의 기업에겐 63만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 과표 2억 이상인 기업들은 1,800만원, 즉 무려 30배나 혜택을 받는다. 또 소득세를 내는 근로자의 60%가 1,000만원 이하 소득자인데, 그들은 연간 4만5,000원의 혜택을 받는 반면 전체의 0.5% 밖에 안 되는 8,000만원 초과 소득자는 302만원이나 세금이 준다.

종합소득세 납부대상인 사업소득자들도 소득 하위 65%는 연간 8만원인 반면 상위 4%는 400만원의 감면 효과를 봅니다. 저소득자에게 가는 혜택은 미미하고 고소득자만 엄청난 혜택을 본다. 이래서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겠느냐. 한나라당 식이라면 조세가 소득을 재분배해주는 것이 아니라 재분배에 역행하게 될 것이다.

이= 너무 극단적으로 계산하고 있다.

문= 감세는 미국에서도 해묵은 논쟁 거리이다. 레이건 행정부와 현 부시 정부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실시한 결과 경기가 침체되고 쌍둥이 적자는 더 심해졌다. 반면 세금을 대폭 올리고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한 클린턴 행정부 때는 미국 경제가 IT 산업 중심으로 재도약하고 부동의 세계 1위에 오르지 않았느냐. 미국을 봐도 감세정책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더구나 국가 채무 증가와 재정적자 악화를 줄곧 비난해온 한나라당이 감세안을 들고 나온 것은 모순이다.

이= 천만에 얘기다. 개인살림과 마찬가지로 국가채무를 줄이려면 수입을 고려해 지출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도 국민세금을 어떻게 하면 알뜰하게 쓸 수 있을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재정 지출과 국가 부채만 늘려 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경제는 나아질 수가 없다.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여러 정책을 펴야 한다. 감세 뿐 아니라 공적자금을 회수해 재정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현 정권이 회수노력이라도 제대로 했느냐. 그러면서 엉뚱하게 세금만 많이 걷으려 한다.

문= 현재 국가채무는 OECD 평균을 밑돌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최상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따져보면 국가 채무가 늘어난 이유는 한나라당 집권 시절 초래된 외환위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처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주장대로 지출을 줄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세출을 수 조원 단위로 전례는 역대 우리 정부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없다.

이= 재정적자나 국가 채무가 OECD 평균보다 낮다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무작정 국가 부채를 늘려 다음 정권에 문제를 떠넘길 거면 차라리 지금 정권을 내놓는 게 낫다.

문= 한나라당 집권때와 달리 지금은 혁신형ㆍ기술집약형 경제다. 경제규모가 커져 그때처럼 활발한 경제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세수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현재를 단순 비교해 비판하는 건 옳지않다. 한나라당 감세안의 기본 취지와 정치적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감세가 과연 바람직한 지 다시 검토하고 보다 명확한 예산조정 계획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지출 삭감 계획을 가지고 나온다면 우리당도 입장을 정리해 토론할 용의가 있다.

이= 한나라당도 좀 더 구체화된 지출구조조정안을 제시할 것이다. 양당의 생각이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다른 건 아니니 이제부터 제대로 토론해 보자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정리=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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