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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모든 언어의 꿈,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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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모든 언어의 꿈, 한글

입력
2005.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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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한글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언어학자 레드야드 교수는 한글을 가리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의 사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문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 역시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였으며, 문자학자 존 맨은 한글이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까지 말했다.

또 몇 년 전 TV에서 방영한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에서는 세계의 저명한 언어학자들이 한글을 세계 공통 문자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 적도 있었다. 그뿐인가?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했고, ‘세종대왕상’을 제정해 세계 각국에서 문맹 퇴치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매년 시상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계가 부러워하는 글자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 놀라운 독창성과 과학성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있다. 한글은 탄생 기록을 가진 세계 유일의 문자이며, 가장 젊은 문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만든 사람과 만든 시대를 기록하고 있는 문자는 없다. 국가 지도자가 문자 창제를 제안한 예도 찾아볼 수 없다.

창제 원리 역시 너무나 정교하고 과학적이어서 세계 언어학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소리 값에 따라 글자를 표기하고,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글자를 만든 것은 오늘날의 언어학자들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방식이다.

이런 한글은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과 정보통신 분야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경우, 한글의 입력 속도가 한자나 일본 글자에 비해 7배나 빠르다고 한다. 컴퓨터로 입출력을 할 때도 한글만큼 자유로운 문자는 없다. 이처럼 한글은 우리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우리 글이다.

나는 경제기획원에서 대외 경제 협상 업무를 담당할 때, 명함에 영어와 한글을 한 면에 함께 인쇄해서 사용했다. 외국인들과 협상할 때 명함을 건네면 자연스레 한글에 대한 대화가 오가고 우리 민족이 스스로 문자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면 그들은 한결같이 놀라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 무렵(90년)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간곡하게 말한 기억이 난다. 공휴일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인류문화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휴일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대가 변하면 기념일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날이 갈수록 그 의미와 인식의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는 일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며, 국력과 비례한다고 한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모국어에 대한 애정과 교육열이 남다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 사회는 우리말을 아끼고 발전시키기는커녕 정체불명의 외래어와 뜻을 알기 힘든 한자 조어(造語)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말의 참다운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한글날이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 이 글은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한글날(9일)을 앞두고 내부 행사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어서 본인의 양해를 얻어 기고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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