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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조 통일차관 "김윤규씨 협력기금 유용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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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조 통일차관 "김윤규씨 협력기금 유용 안했다"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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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현대에 등을 돌리고 있다. 통일부는 6일 이봉조 차관이 직접 나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감사보고서에 언급된 남북교류협력기금 50만 달러 유용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이 차관은 “협력기금 투입 이전에 김 부회장 비자금 조성이 있었다”는 통일부 자체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현대가 경위를 해명하고, 사과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차관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2003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금강산 현지에서 50만 달러를 인출,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그러나 문제가 됐던 금강산 관광지구 도로공사비 명목의 협력기금이 현대 서울 본사에 지급된 시기는 2004년 12월31일이기 때문에 김씨의 비자금은 협력기금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3월 사이에 인출된 6만4,000달러도 협력기금이 아닌 금강산 관광수익으로 드러났다.

이 차관은 “현대측은 ‘김씨가 현금을 인출하면서 협력기금이 투입되는 도로공사비 명목으로 회계 처리했기 때문에 보고서에 ‘남북경협기금 관련’이라고 기재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통일부 당국자들은 현대에 대한 불만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대북사업을 꼭 현대하고만 해야 하느냐”는 노골적인 말까지 나온다. 결국 김윤규 부회장 개인비리 감사로 촉발된 현대 내부사태가 통일부와 현대의 균열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통일부는 사태 초반부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대 내부의 갈등 때문에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 전반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위 당국자가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순간에 현대 때문에 큰 차질이 빚어져 유감”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물론 현대 문제가 단순히 기업 내부의 일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 때문에 정동영 장관이 직접 중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평양 장관급 회담 때 북측 고위 인사로부터 현정은 현대 회장을 만나겠다는 약속까지 얻어냈다.

그러나 감사보고서가 유출되면서 사태는 다시 악화했다. 김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했다는 내용 때문에 통일부의 협력기금 관리문제로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협력기금을 1조원으로 증액하는 문제를 놓고 국회와 협의를 하던 상황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결과적으로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일부 기류는 싸늘해지고 있다. 명확하지도 않은 기금 유용사실을 보고서에 적시하고, 그 내용을 일부 언론에 유출시킨 의도가 불순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가 사실 확인작업만 제대로 했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통일부는 현대를 예전처럼 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당국자는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던 시기의 현대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진 만큼 굳이 현대가 아니어도 대북사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 대북사업의 주체를 다양하게 하면서 현대가 흔들리면 남북관계가 영향받는 구조적 취약함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의 공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북한이 현대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단 칼에 현대와의 끈을 끊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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