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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활인의 리더십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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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亂世)다. 적자생존의 살벌한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너나 없이 위대한 리더를 갈망하고 있다. 충무공이나 세종대왕을 성공한 CEO로 다시 읽고자 하는 몸짓이 계속되고 리더십 관련 서적도 한 달에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리더십 론(論)은 자칫 공허해지기 쉽다. 성격도 능력도 천차만별인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렇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일방 통행식 메시지 전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런 탓에 “사람에 따라 리더십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체질에 따른 리더십 개발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솔깃하게 파고 든다. 동양 철학과 대체 의학 등을 공부해 온 저자는 그 방안으로 동무 이제마 선생이 창안한 사상의학을 바탕으로 ‘활인 리더십’을 주장하고 나선다.

사상의학은 사람을 체질별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등의 네 가지로 나누고 이에 따라 음식 섭취와 처방을 달리하는 의학 사상. 이를 단순한 건강 관리법이나 독특한 의술로만 볼게 아니라 경영학에 접목을 시켜 사람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리더십 이론으로 끌어 쓰자는 것이다.

필자는 자기의 공식을 입증하기 위한 1단계로 한국의 대표적 CEO 29명을 체질별로 분류한다. 그에 따르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일본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마찬가지로 창의력이 뛰어나고 결단력이 있지만 독선에 빠지기 쉬운 태양인이다. 청계천 복원으로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명박 서울 시장은 패기 넘치고 일을 잘 벌이지만 뒷수습을 잘 못하는 소양인.

LG 그룹 구본무 회장은 끈기 있지만 보수적인 고집쟁이가 될 가능성이 있는 태음인이다. 그런가 하면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SK텔레콤 윤송이 상무는 명석하고 치밀하지만 소심한 이기주의자의 길로 잘 못 빠질 수 있는 소음인.

분류해 놓고 보면 누구는 왜 어떤 부분에 강하지만 왜 다른 단점 때문에 비판을 받는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등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진다. 체질에 따른 분석이 끝난 뒤에는 자신에게 체질적으로 부족한 재능과 기질을 상대 체질로부터 배우고 익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음인이라면 태음인의 끈기와 태양인의 창조력을, 소양인의 용인술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식.

그렇게 해서 양과 음, 수컷과 암컷의 기질, 부드러움과 강함, 민첩함과 신중함이 골고루 섞인 중용의 인간인 ‘음양 화평지인’이 된다는 것. 그것만이 리더십을 완성하는 지름길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독특하면서도 일견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경영인들의 체질 분류에 대한 근거가 다소 빈약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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