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밀월로 상징되는 미.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달 하순께로 예정됐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방일 취소는 양국간 갈등 양상을 극명하게 표출하는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의 방일 취소는 표면적으로 주일미군 재편 협상과 관련한 일본측 태도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주일미군기지 재편의 초점인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 일본측이 제시한 오키나와 나고(名護)시 ‘캠프 슈와브’ 이전 방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고 앞바다에 해상 비행장(활주로 2,500㎙)을 건설키로 했던 당초 합의와 다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미군기지의 축소로 이어지는 최악의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주일미군에 대한 지원 확대를 기대하며 추진하고 있는 주일미군 재편협상에서 미군기지 축소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은 일본측 태도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와 철수 가능성이 나돌고 있는 자위대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대응방식에 대해 매우 섭섭해 하고 있다.
2003년 12월 이후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최근 나온 일본 식품안전위원회의 긍정적인 판단으로 이르면 연내 재개의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실행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며 미심쩍어 하고 있다.
일본측도 할 말은 많다. 미국은 일본의 여론 등 국내사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밀어붙여 일본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믿었던 미국이 일본의 염원인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을 앞장서서 막고 나서자 미국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기도 했다.
아무튼 일본정부는 럼스펠드 장관의 방일 취소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자민당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일본만 빼놓은 그의 아시아 순방이 “중국 중시, 일본 따돌리기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외무ㆍ국방장관이 참여하는 미일안보협의위원회(2+2)를 29일 개최하자고 서둘러 미국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다음달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이 양국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지만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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