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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복지에 올인한 내년도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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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복지에 올인한 내년도 예산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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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다. 통치자의 의지가 담겨있고 국가의 비전이 투영되어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은 총액배분 자율결정이라는 톱다운 방식을 적용한 예산이어서 그 결과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 예산 당국이 부처별로 총액을 결정해주면 그 범위 내에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특히 예산 총액과 국가 기능별 재원 배분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의미 있다.

내년도 예산 규모는 일반회계는 올해에 비해 8.3%, 특별회계와 기금은 4.7% 증가하여 총 221조 4,000억 원이 된다. 실질 경제성장률을 5%로 예측하고 편성한 것이니 분명 팽창 예산이다. 정부가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금으로 재원을 다 마련할 수가 없어 일반회계에서 국채를 9조 원 발행한다. 팽창 예산에다 적자 예산이다.

●국가채무 급증 속 적자 편성

국가 채무가 279조 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1.9%나 되는데 재정 당국에서는 아직 외국에 비해 그리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너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짐이 재정 위기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여기에 정부 지출의 증가가 재정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더군다나 재정 위기는 국가 공권력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재정 당국이 별로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우려된다.

한때 국가 정책과 예산이 부국강병에 집중된 때가 있었다. 경제 성장과 국방력 향상에 올인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은 복지에 올인하고 있다. 복지 예산이 54조 7,000억 원으로 10% 증가하고 그 중 기초생활보장 분야가 22.2% 늘어난다. 물론 다 함께 잘사는 사회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복지 예산은 자격을 부여하고 이에 적합하면 무조건 자금이 지출되는 자격 급여의 성격이 있다. 처음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도입하고 나면 없애기가 어려운 것이다. 두고두고 장래에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재정 적자의 주요인이 된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그러나 연구개발(R&D) 예산이 금액으로는 9조 원에 불과하지만 15% 늘어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 우리가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술 이전을 하고, 다시 선도 기술을 개발하는 형태의 경제 발전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국가 과학기술혁신체계를 구축하여 민간의 기술 발전과 연계된 국가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국가 발전의 비전을 심어줄 수도 있다.

성장 잠재력의 또 다른 기초인 사회간접자본의 경우 정부 투자는 2.7% 감소하고 많은 부분이 민자 유치로 전환된다. 이는 당해 연도의 재정으로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금을 빌려서 하는 것으로 결국은 부채이다. 재원으로 보면 복지는 현 세대의 부담으로 하고 R&D나 사회간접자본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하자는 논리가 반영돼 있다.

흔히들 국가 재정은 있는 만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거둔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권력으로 필요한 액수를 강제 징수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의 출발이 된다.

예산을 국민의 부담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처의 권한으로 여기는 관료적 발상으로는 적정 서비스 수요보다는 항상 초과 가수요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 투명·효율성 따져야

내년도 예산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복지 예산이나 R&D 예산은 집행 과정에서 대상자 선정 등 전달 체계의 구축이 중요하다.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 개혁으로 재정의 합리적인 관리 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ㆍ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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