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정성 들여 준비해 왔던 하나하나를, 과거 우리 어머님들이 실타래를 풀어 멋있는 옷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독일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하나하나 보여줍시다.” 7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유르겐 카일 주한독일문화원장 등 국내외 문화 예술계 인사 250여 명이 참석한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출범식’ 단상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우창 주빈국 조직위원장의 목소리는 자못 결의에 차 있었다.
한국이 주빈국인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9~23일)을 열흘 앞두고 열린 이날 출범식은 9개월 동안의 주빈국 행사 준비가 공식으로 완료됐음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원래 계획에 태부족한 예산, 조직위원장의 사퇴와 재선출, 출판계와 조직위원회의 보이지 않는 갈등에다 “도서전에서 책 행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난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조직위를 에워쌌다. 그러나 도서 전시, 문학ㆍ학술 행사, 공연 및 미술 전시 등 29개 행사 준비가 마침내 마무리됐다. 국고 133억원, 민자 17억원에 현물 지원까지 포함해 모두 165억원의 예산이 이뤄낸 결과다.
조직위는 이번 행사가 한국 문화를 독일과 유럽에 본격으로 처음 소개한다는 자리라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 정보 기술(IT) 강국의 이미지를 결합한 ‘Enter Korea’를 로고로, ‘대화와 스밈’을 주제로 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한국 사람은 ‘깊이 생각하는,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도서전 기간 중 다채롭게 선보일 주요 행사를 살펴본다.
개막 공연 '책을 위한 진연'
조직위가 18일 오후 8시(현지 시간)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대극장에서 펼치는 도서전 개막 공연은 ‘책을 위한 진연’이다. 국립국악원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현한 ‘왕조의 꿈’을 도서전의 취지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우리 전통 무용과 궁중 음악, 전통 복식과 음식 등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7일 출범식 직후 가진 첫 시연회에서도 “전통미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주빈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주빈국관(758평). ‘한국의 책 100’, ‘오늘의 책’, ‘작가의 벽 :현대 한국 소설가 12+6’ 등 전시 행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책, 한국에 관련된 책 등 2,000종에 가까운 책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8명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책 100’ 번역 사업을 벌인 한국 문학 번역원은 번역 도서 중 81종을 해외 출판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주빈국관에서는 또 IT 이미지를 살린 테크노 정원, ‘e - Korea Cafe’를 꾸미고, 전시장 건물 밖 아고라 광장에서는 한국의 첨단 기술을 보여주는 ‘디지털 하우스’와 전통 문화 체험장인 ‘문화 장터’를 연다.
한국관(303평)에서도 국내 100여 출판사가 참가해 도서를 전시하는 한편 작가 낭독회, 연회, 사인회, 포럼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60여 명의 시인ㆍ소설가가 3월부터 독일 주요 도시를 돌며 연 한국 문학 순회 낭독회와 토론회는 이 달 25일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 그 대미를 장식한다. 15~16일 프랑크푸르트 시청 회의실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정계, 학계 저명 인사들이 참석해 분단, 통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학술 회의를 갖는다. 앞서 14일에는 공공 장소와 공공 시설을 주제로 한 한ㆍ독 건축 토론회가 열린다.
심청가 완창, 한국의 도자기 전시
도서전 개막 전인 7일은 알테오퍼 포차르트홀에서는 윤이상ㆍ진은숙 작품 연주회가, 8~9일은 ‘심청가’가 완창 무대가 선보인다. 19일에는 독일 헤센 방송국 콘서트 홀에서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과 궁중 의례 공연이 펼쳐진다.
‘흉가’, ‘여행’, ‘지하철 1호선’ 등 연극과 뮤지컬도 도서전 기간 중 무대에 오른다. 10~23일 퀸스틀러하우스 무송투룸 극장에서는 한국 현대 창작 무용의 현주소가 펼쳐진다.
9월 29~11월 20일까지 프랑크푸르트 통신박물관에서는 청주고 인쇄박물관과 구텐베르크박물관의 공동 주관으로 동서양 금속 활자본과 인쇄 기계, 전통 한지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한국의 옛 인쇄 문화’전이 열린다.
또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한국의 도자기전’, 불교 회화와 불교 공예품을 전시하는 ‘영혼의 여정 조선 시대 불교 회화전’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국내외 현대 미술 작가 20여 명이 참여하는 작품전, 1980년대 한국의 정치와 미학을 소개하는 ‘정치와 미학’ 전시회, 한국 현대 사진전 등도 열린다.
한국의 청춘 영화, 문예 영화, 비주류 독립 영화, 독일 미개봉 최근작 등도 도서전을 전후해 선보인다. 한국의 선(禪) 문화를 소개하는 ‘선:한국의 정신’ 행사는 물론, 주빈국관의 전통차 라운지와 전시장 내 카페 등지에서 한국의 전통차와 불고기, 전통 사찰 음식, 건강식 등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
▲ 개막행사
▦도서전 개막식 / 주빈국 개막식 / 개막 공연 / 한국관 개막식
▲ 도서전
▦주빈국관
▦한국관(한국출판사종합관)
▦아고라 광장 : 문화장터_놀이와 체험의 장
▲ 문학 학술
▦Litera Tour :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
▦한국과 독일에서의 민주주의, 통일 그리고 평화
▦한독 퍼블릭 스페이스 포럼
▦IT / BT 아이디어 포럼
▲ 공연 음악 전시
▦주빈국 개막공연(책을 위한 진연)
▦종묘제례악_한국궁중전통음악
▦판소리 : 심청가
▦푸리 인 프랑크푸르트
▦윤이상과 그 이후_한국의 현대음악
▦록 뮤지컬 : 지하철1호선
▦샤우슈필 프랑크푸르트 초청 한국의 젊은 연출가 공연
▦댄스 미팅 코리아
▦한국의 옛 인쇄문화_만남, 구텐베르크 이전 한국의 금속 활자
▦영혼의 여정_조선시대 불교회화전
▦백자의 얼굴_조선시대 도자기
▦생의 평행선
▦한국 현대미술의 비판적 흐름
▦패스트 포워드_한국으로부터의 사진 메시지
▲ 스페셜 프로젝트
▦한국의 영화
▦선다도(禪茶道) 시연 체험_차 한잔에 담긴 느림의 미학
▦코리아 만화 랠리
▦한국의 정?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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