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홈구장인 잠실구장의 벽에 걸린 대형브로마이드 사진 하나가 눈길을 끈다.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두산감독이던 김인식 현 한화감독이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고 이들의 틈에 끼어 있는 당시 배터리코치 김경문 현 두산감독도 보인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5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만감이 교차할 듯 한 스승과 제자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사제대결을 벌이게 됐다. SK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한화가 2위 두산과 8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시리즈(5전3선승제) 1차전에 들어간다.
1차전에 앞서 7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가진 미디어 데이에 참석한 김인식 감독은 “말랑말랑한(만만한) 팀이 올라왔지”라고 농을 던졌고 김경문 감독은 “한 수 배우겠습니다”라며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김인식 감독은 1995년 취임 후 2003년까지 8년간 두산을 이끌면서 두 차례의 우승을 이뤘고 김경문 감독은 삼성코치로 있다가 98년부터 배터리코치로 5년간 김인식 감독을 뒤에서 보필한 막역한 사이다.
김인식 감독은 “제자가 적장이라고는 하나 내가 맡았던 팀이니 만큼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말했고, 김경문 감독은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을 배웠던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8년간 지휘봉을 잡아 두산의 팀 컬러와 선수들의 장단점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이고, 5년간을 코치로 있으면서 김인식 감독의 생각과 전술을 누구보다 꿰뚫어 본 김경문 감독이다. 그래서 일까. 두산이 순위로나 객관적 전력으로나 우위에 있지만 올 시즌 양 팀간 상대전적은 9승9패.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여온 셈이다.
김인식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험하게 치러 체력이나 투수력이 소진됐다”며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지만 상승 분위기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 김경문 감독도 “시즌 막판의 연승행진이 선수들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첫 경기를 반드시 이겨서 기선을 제압하고 일찍 끝내도록 하겠다”고 당찬 태도를 보였다.
투수력은 떨어지나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한화의 창과 리오스-랜들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와 강한 불펜진으로 공고한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의 방패가 맞부딪혀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 주목된다. 한화는 1차전 선발로 올 시즌 두산전에서 1승1패 방어율 2.86으로 호투한 김해님을 내세웠고, 두산은 한화전에 2승1패 방어율 2.79의 강세를 보인 에이스 리오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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