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있습니까?” 국립국어원이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4,055명에게 물었다. ‘국어를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다’는 답이 61.8%. 절반을 훌쩍 넘었다.
보통이다가 20.3%, 제대로 쓴다는 대답이 18.0%였다. 국어를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가장 곤란하게 느끼는 부분은 말하기(25.1%)다. 이어 부적절한 어휘 사용(17.4%), 글쓰기(13.7%), 은어ㆍ비속어 사용(13.0%), 외래어ㆍ외국어 사용(10.5%)에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갈수록 우리말 사용 능력이 전보다 못하다는 사람도 62.7%로 과반수였다. 글쓰기가 22.0%로 가장 나빠지고 있고, 이어 맞춤법(18.4%), 읽고 이해하는 능력(17.5%), 한자(12.7%), 어휘력(11.5%) 순으로 우리말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람들은 방송언어가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90.9%)고 생각했다. 이들은 나아가 선정적ㆍ폭력적 언어 사용 제한(91.2%), 외국어 사용 제한(79.7%), 비속어 사용 제한(71.6%)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 바르게 쓰기 길잡이 책들이 잇따라 나왔다. 어떻게 하면 국어를 제대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한 이 책들은 외래어나 외국어의 물결, 문법을 무장해제하는 인터넷언어, 비속어의 홍수 속에서 점점 애처로운 형편이 되어가는 우리말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말글 바로 쓰기 운동을 펴고 있는 리의도 춘천교대 교수의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예담 발행)은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는 우리말 오류 사례들을 지적한 뒤 정확한 사용법을 제시한 책이다.
국립국어원 박용찬 학예연구관은 ‘우리말이 아파요’(해냄)에서 우리말 비어, 속어, 은어를 다듬고, 영어, 일본어, 한문 번역 투 문장을 우리말 문장으로 고쳐 보여준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의 ‘우리말 깨달음 사전’(하늘연못), 조항범 충북대 교수의 ‘우리말 활용 사전’(예담)은 우리말 뜻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고, 표현을 다채롭게 하는데 도움 된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우리말 쓰기를 익히려면 필수로 읽어야 할 스테디셀러 몇 권이 있다. 남의 글을 바로 잡고 다듬는 것을 업으로 삼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끼고 사는 책들이다.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잘못 쓰거나 헷갈리기 쉬운 말들을 골라 모은 ‘한국어가 있다’(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ㆍ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는 쉽게 읽어나가면서 우리말을 올바르게 익힐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어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는 바른 말일까? ‘지긋이’는 ‘나이가 많아 듬직하다’ ‘참을성 있고 끈지게’라는 뜻으로 쓴다. 이와 달리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 ‘아픔이나 어려움을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이라는 뜻의 ‘지그시’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아랫입술은 ‘지그시’ 깨물어야 맞다. 이 책은 시리즈로 모두 3종이 나와 있다. ‘쓰면서도 헷갈리는 우리말 오류 사전’(박유희 등ㆍ경당)도 우리가 자주 쓰지만 잘못 쓰는 표현을 모아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필독서다.
국어학자 남영신씨가 쓴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까치)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국어 학습을 위한 책이다. 조사의 용법, 어미의 바른 쓰임새, 문장의 호응, 생략할 수 없는 문장성분, 언어를 경제적으로 쓰는 법, 무분별한 높임법이나 중복된 높임 등을 올바른 쓰임새를 제시한다. 유명한 문학 작품을 예로 들어 잘못 쓴 문법이나 어휘를 지적한 것도 흥미롭다.
이오덕씨와 이수열씨의 우리말 책에서는 순우리말 살려 쓰기, 우리식 표현법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이오덕씨는 ‘우리글 바로 쓰기’(한길사) ‘우리말 살려 쓰기’(아리랑나라) 등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 말이 외래어의 남용, 권위주의 정치문화의 유산 등으로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수열씨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 ‘우리 글 갈고 닦기’(한겨레신문사)는 주로 신문, 방송 등에 등장하는 문장을 지목해 틀린 표현을 바로잡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