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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터진' 변호사 비리, 변협 '물러터진' 징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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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터진' 변호사 비리, 변협 '물러터진' 징계만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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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호사는 서울대를 졸업한 부장판사 출신인 것처럼 속여 사건을 수임했다가 패소했다. 그는 의뢰인에게 재판 관련 서류조차 보여주지 않고 버티다 지난해 4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위원회에 부쳐졌으나, 과태료 300만원을 무는 것으로 징계가 마무리됐다.

B 변호사는 형사사건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후 별도 수임계약을 맺고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미리 받아 변협 징계위에 회부됐으나 올 6월 가장 가벼운 조치인 견책만 받았다.

변호사 7,000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들의 비리가 늘고 행태도 다양해지고 있으나 정작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재경(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대한변협 변호사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까지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모두 79명으로 집계됐다.

징계 건수는 2003년 14건, 2004년 37건, 올해 9월까지 28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변호사가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변호사 자격이 박탈돼 징계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호사 비리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징계 사유를 보면 수임경쟁이 심해지면서 브로커 고용 및 불성실 변론이 많았으며 검사 교제비 명목의 금품 요구, 승소금 횡령, 음주운전, 폭행 등 비윤리적인 내용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징계 가운데 영구제명(除名)과 제명은 한 건도 없었고 대부분 견책, 과태료, 정직으로 마무리됐다.

과태료도 기껏해야 100만~300만원, 정직은 1년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C변호사는 민사사건을 수임하고도 재판에 제때 나가지 않아 소송 취하로 간주되는 바람에 사실상 패소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미 2차례 징계 전력이 있는 그에게 징계위는 과태료 300만원의 가벼운 징계만 내렸다.

D변호사는 민사소송 합의금 3억원을 의뢰인 몰래 횡령해 주식투자에 썼는데도,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쳤다. E변호사는 검사로 재직 중 다뤘던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사실상의 변호 활동을 하고 1,000만원을 받았고, F변호사는 이혼사건과 관련한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하면서 사건과 무관한 사람의 재산상황을 조회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과태료 200만원과 500만원만 낸 뒤 변호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재경 의원은 “변호사 업무는 영리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공익적인 지위와 의무를 가진다”며 “변협이 좀 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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