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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신 홍보책임자 4인/ "공무원 돼보니" 유쾌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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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신 홍보책임자 4인/ "공무원 돼보니" 유쾌한 수다

입력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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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모두 스물 아홉으로 써주세요… 하하하. 공무원 하면 칼 퇴근에 놀고 먹는 사람들이란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엄청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더군요. 주변에서는 제가 공무원이 됐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하네요… 깔깔깔.”

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셋도 아닌 넷에 홍보를 전문으로들 하니 시끄럽기는 당연지사.

이들이 정부 부처 홍보팀장을 맡게 된 것은 올 들어 참여정부가 정책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민간 홍보 전문가를 대거 채용했기 때문이다. 중앙 부처와 각종 위원회의 4~5급 홍보책임자로 입성한 민간인만 벌써 20여 명이나 된다.

이날 모인 이는 행정자치부 최혜경(44) 정책홍보팀장, 건설교통부 김순조(43) 홍보기획팀장, 해양경찰청 한혜진(43) 정책홍보담당관, 기획예산처 김인숙(40) 홍보기획팀장. 모두 4급으로 공직 생활 3~5개월째다.

“기자 때는 공무원을 볼 때 선입견이 많았는데 요즘 공직사회는 웬만한 민간 기업 못지않습니다. 해양경찰청은 작년 12월 중앙 부처 중 최초로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국정홍보처 정책홍보 콘테스트에서 ‘안전한 바다’ 프로젝트가 전 부처 47개 지원작 중 2등을 했습니다.”

한혜진 담당관이 자연스럽게(?) 자랑을 늘어놓자 왁자지껄한 홍보 격전장이 된다.

최혜경 팀장이 바로 받았다. “행자부는 장관의 혁신 의지가 대단합니다. 오죽하면 오영교 장관을 혁신 장관이라 부르겠습니까.”

말끝마다 영어가 튀어나오는 그는 “외국인 회사에서 오랫동안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6월에 들어와보니 행자부의 혁신 작업이 민간 기업의 최신 모델을 적용하고 있더군요. 공무원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라고 했다.

“혁신의 선두주자는 기획예산처잖아요? 자꾸 예산처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기획처로 불러주세요. 국가의 비전을 짜는데 훨씬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김인숙 팀장은 홍익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던 언론학 박사. 올 4월 36대 1의 경쟁을 뚫고 기획예산처의 첫 여성 과장이 됐다.

반면 김순조 팀장은 홍보컨설팅회사 사장 출신. 추진력이 몸에 밴 듯 배포가 엿보인다. 다양한 출신 분야만큼 개성도 제 각각이다. 이들은 동업자이자 경쟁자이기도 하다.

김순조 팀장은 “외교부에 있는 지인이 그 험난한 곳(건교부)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느냐고 위로하더군요.부동산 정책을 주로 다루다 보니 요즘 밥 먹을 시간도 없습니다”라고 엄살을 떨었다.

“정부에서 하는 홍보가 가식적이고 홍보를 위한 홍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 국민들이 그런 느낌을 갖지 않도록 분투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묻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곧 재치 있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유분방하고 당찬 이미지의 최혜경 팀장은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공무원들이 다소 기가 죽은 느낌도 있습니다. 튀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평했다. “

행자부는 과거의 내무부인데 공무원 중의 공무원 아닙니까. 솔직히 배타적인 면이 없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은 홍보를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요. 정책 입안자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인식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점이 어렵습니다.”

공무원은 배타적인 동시에 부드럽고 차분하고 조용하다는 등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한혜진 담당관은 지난 4월 해양경찰청이 창설 이후 총경급(경찰서장급) 관리직에 처음으로 기용한 민간인 출신 여성. “해경은 역할에 비해 너무나 알려지지 않았어요.

언론에서 이슈화될까 싶으면 먼저 두려워 하지요.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는 사나이들 조직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정치적인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우직하고 순박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어요.

제가 가자마자 3~4년에 한번 터질까 말까 한 굵직한 사고 4건이 6주 동안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큰 경험을 했습니다. 신속히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행운이었지요. 제가 인터뷰 좀 하라고 닦달을 하고 다닐 정도예요.” 그래도 ‘수줍어 하는 사람’을 보면 “아예 패 주고 싶다”고 하자 일제히 폭소가 터졌다.

김인숙 팀장은 ‘알려야 할 일이 있어도 가만히 있는 것이 남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얘기지요.”

열정적인 풍모의 김순조 팀장은 아쉬운 점을 좀더 분명히 했다. “가끔 민간 출신 홍보 전문 인력을 적당히 있다 갈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일종의 경력사원이 나름대로 밥값을 하고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배타적인 견제심리도 있는 것 같아요. 단순 언론 대응 업무를 홍보로 생각하는 점도 그렇고요.”

이들이 경직된 관료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직업병(?)도 만만치 않다.

최혜경 팀장은 가족들하고 얘기할 때 “우리 행자부, 우리 장관”하는데 “언제부터 네가 공무원 됐냐”는 핀잔을 받곤 한다. 김인숙 팀장은 휴가를 가서도 신문이나 뉴스 안 보면 불안하고, 휴일에도 인터넷이 접속되는 장소만 가면 새로 뜬 기사는 무엇인지, 새로 뜬 소식은 없는지 검색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일을 성사시키려면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 없는 애교도 떨어야 한다. 트레스는 어떻게 풀까? 다들 조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조직에서 다 풀고 간다는 신조다. 한혜진 담당관은

해경 인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지난 주말에도 인천에서 7.5㎞나 달렸다고 한다. 최혜경 팀장은 각종 세미나와 포럼을 부지런히 찾아 다니고 다른 팀 직원들과 점심, 저녁 식사하는 재미를 즐긴다. 김순조 팀장은 부처 내 산악회에 가입해 최근에도 지리산 무박 등정을 다녀왔다.

이렇게 톡톡 튀고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 중에 아직도 ‘러닝메이트’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결혼만큼은 쉽지 않네요.”“왜요? 결혼처럼 쉬운 게 또 어디 있나요?”“공무원 되고 보니 좋은 사람은 다 여기 와 있던데 밖에서 어떻게 찾았겠습니까? 잘 생긴 사람도 많고요!”“우리 부처는 발에 걸리는 게 박사예요… 호호호.”

박석원 기자 spark@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 민간인 출신 홍보책임자 4인/ 약력 소개

김순조 건설교통부 홍보기획팀장

1962년 경북 구미시 원평동에서 태어났다. 동덕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땄다. 베링거잉겔하임과 벽산그룹에서 홍보 일을 10년 가까이 했다.

홍보컨설팅 회사 JNJ 커뮤니케이션스를 세워 10년 간 경영했다. 주량은 맥주 1잔, 소주 2~3잔. 강력한 추진력 때문에 ‘여장부’ 소리를 많이 듣는다. ‘현재에 충실하며 매사에 솔직하고 진실되게 행동하자’는 신조로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요가와 참선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인숙 기획예산처 홍보기획팀장

1965년 충북 보은군 보은읍 출생. 충북대 생물학과를 나와 중앙대에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땄다. 한국외대, 홍익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량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안팎으로 향기 나는 사람이 되자’가 생활 신조. 취미는 요리와 운동. 특히 한식에 강하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등 저서를 2권 냈고 논문도 다수 발표했다.

최혜경 행정자치부 정책홍보팀장

1961년 부산 중구 남포동 출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한국네슬레, 한국까르푸 등에서 20년간 마케팅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위스키 온 더 락스를 가끔 즐긴다. 골프와 독서가 취미.

생활신조는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자.’ 별명은 ‘오타의 여왕’.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해 한글 타이핑에 오타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한혜진 해양경찰청 정책홍보담당관

1962년 서울 서대문구 옥천동 한옥에서 났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졸업. 경향신문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에서 13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고 홍보회사 버슨 마스텔러에서 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마신 게 폭탄주 7잔. 제 정신이 아니어서 자세히는 기억 안 난다고. ‘CEO를 벤치마킹 하라’ 등 2권의 책을 썼다. ‘밝은 면만 보고 살자’는 ‘작은 거인’(별명)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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