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에 자수 의사를 밝힌 수배자를,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속여 체포, 검거 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올 8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에서 이른바 `뒤를 봐 준다'는 명목으로 유흥업소 직원에게서 금품을 빼앗고 때린 혐의로 최모(31)씨 등 4명을구속하고 두목격인 박모(32)씨를 수배했다.
박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가며 한달 넘게 도주 생활을 벌이다 최근 자수할 것을 마음먹고 변호사를 선임,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한 뒤 검찰 출두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박씨를 추적해온 강남서 A경장이 박씨가 소지하고 다니던 애인의 휴대전화로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 민원실인데 000호 검사실로 오후 3시까지 출석하라"고 검찰을 사칭해 박씨를 유인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박씨는 이미 검찰에 자수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내심 불구속 기소를 기대하고 있었고 별다른 의심 없이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서울지검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씨를 기다린 것은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었고 A경장 등은 검찰청 인근에서 박씨를 보자 이미 발부돼 있는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곧바로 검거했다.
경찰이 검찰 공무원을 사칭해 수배자를 유인, 검거한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되지 않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자수 의사를 밝힌 사람을 붙잡은 것은 좀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나 박씨측에서 어떤 방법으로도 자수 의사를 전달받은 바없는 상태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를 잡은 것"이라며 "검거 방법상의 문제가 있었지만 검거의지가 강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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