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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시절 계획적 불법도청 확인

입력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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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6일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전격 체포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감청 배후에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합법감청을 하는 과정에 예외적으로 불법감청이 이뤄진 것이라던 국정원 자체 조사결과는 사실상 뒤집혔다. 국정원도 전신인 안기부 미림팀 시절과 도청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을 상대로 조직적ㆍ불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벌인 것은 마찬가지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김씨가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 재임기간(2000년 4월~2001년 11월) 장기간에 걸쳐 불법감청에 관여했고, 지시에 해당하는 독려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체포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가 소극적으로 부하 직원들의 불법감청을 보고 받고 묵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계획적이고 주도적으로 불법감청을 지휘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감청담당 부서인 과학보안국 전ㆍ현직 직원들에 대한 조사에서 관련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국정원 수뇌부 가운데 가장 먼저 사법처리 대상자에 오른 것은 그의 재임기간에 불법감청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가 국정원을 떠난 뒤 약 4개월 후인 2002년 3월 휴대폰 감청장비인 R2와 CAS가 전량 폐기된 데는 감청장비를 신고토록 한 관련 법개정 외에도 김씨 재직 시절 불법감청이 도를 넘어섰다는 내부의 우려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은 김씨의 전임자였던 신건(1998년 3월~1999년 6월), 엄익준(1996년 6월~2000년 4월ㆍ사망)씨와 후임이었던 이수일(2001년11월~2003년4월)씨 시절에도 불법감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R2와 CAS는 각각 신건씨와 엄익준씨 재임 시절부터 운용되기 시작해 이수일씨가 재임 중이던 2002년 3월 모두 폐기됐기 때문에 이들은 김씨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불법감청에 개입했거나 적어도 관련 내용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크다.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그가 도청내용을 당시 국정원장과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 및 정치권에 보고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관 고위직 출신의 특성상 그가 검찰에서 순순히 입을 열 가능성은 낮다.

그렇더라도 그의 재임 중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신건씨는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6일 이뤄진 김씨 자택 압수수색에서 도청내용 외부 유출 정황이 나오면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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