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어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했다는 현대의 감사보고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전 부회장은 남북협력기금이 현대측에 지급되기 전에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나중에 이를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금강산 도로공사비 명목으로 허위 회계처리 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현대의 잘못된 감사보고 내용이 언론에 유출돼 파문을 일으킨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현대측에 응당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통일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현대측은 부정확하고 미숙한 일 처리로 남북협력기금 운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오도한 셈이며 차질을 빚고 있는 대북관광사업 정상화 노력에 역행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일부도 여전히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남북협력기금 운용에 투명성을 제고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통일부는 앞으로 남북협력기금 집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엄포가 현대에 대한 보복성 압박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지금 급한 것은 '김윤규 파문'으로 흐트러진 대북관광사업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잘잘못은 분명히 가리되 정부와 현대가 불필요한 긴장 상태에 빠져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도 더 이상 이 문제로 관광사업을 파행시켜서는 안 된다. 김윤규 전 부회장의 비리가 분명해진 마당에 북측이 그에게 연연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최근 백두산시범관광 문제를 협의하자는 전화통지문을 관광공사에만 보내고 현대엔 통보하지 않음으로써 현대를 배제하려 했다면 잘못이다. 북한이 현대측에 개성관광과 함께 백두산 관광 사업을 맡기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린다면 중대한 신의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북관광사업은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남북 화해와 공존의 염원이 담긴 사업이기도 하다. 남북이 한 기업인의 회사 내 비리가 몰고 온 파장으로 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이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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