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로 가는길은 언제나 즐겁다. 빼어난 자연이 있어 눈이 즐겁고, 수많은 사연이 깃든 다양한 문화가 있어 귀가 즐겁다. 후덕한 인심을 가진 아낙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먹거리가 있으니 입 또한 즐겁다.
드넓은 나주평야와 청정 해역에서 온 싱싱한 재료들이 지천이다. 때맞춰 19~24일까지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에서 ‘제 12회 남도 음식 문화 큰 잔치’가 열린다. 남도의 대표 브랜드 음식은 물론, 세계의 이색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자리이다.
이왕 나선 걸음, 이번 여행의 테마는 음식 기행으로 잡으면 어떨까. 순천, 장흥, 보성 등 축제의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도의 맛집이 널렸다. 순천만, 득량만, 보성만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차밭도 있으니, 볼거리는 기본이다. 발길 닿는 곳에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한다.
# 순천
축제가 열리는 낙안읍성을 품은 순천은 산, 바다, 호수를 모두 거느린 곳이다. 읍성 가까이에 있는 송광사는 국내 3보 사찰 중 하나. 낙엽이 아름다운 선암사와 등산로로 이어져있다. 순천만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갈대밭이 있다.
자연 환경이 수려한 순천을 대표하는 음식은 팔진미(八珍味)이다. 임진왜란 당시 승승장구하던 이순신 장군이 낙안을 방문하자, 주민들이 인근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상을 올린 데서 유래했다. 이중 으뜸은 금전산 동대바위와 서대바위에서 자라는 석이버섯. 지금은 송이버섯을 최고로 치지만 예전에는 이 버섯이 능이와 함께 송이보다 상급으로 대접 받던 버섯이다.
남대리 미나리는 향이 독특해 약용으로 효험이 있었고, 서내리 녹두(청포)묵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해독제로도 사용됐다. 여기에 백이산 고사리, 오봉산 도라지, 제석산 더덕, 성북리 무, 용추리 천어가 더해져 조화로운 맛이 완성된다. 낙안읍성의 전통 음식점 세 곳에서 맛볼 수 있다. 1인분 1만원. 낙안읍성사무소 (061)749-3347.
가을 순천만 갯벌은 짱뚱어의 세상이다. 물고기로는 흔치 않게 겨울잠을 잔다. 겨우내 지탱해야 할 영양분을 지금 한창 채우고 있다. 가을 짱뚱어가 좋은 이유이다. 짱뚱어는 콜레스테롤이 많고 지방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 있고, 단백질이 풍부해 강장 식품으로도 좋다. 짱뚱어 전문점 순천만가든(061-741-4489)은 음식 맛도 좋지만, 인근 대대바닷가의 갈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빼어나다. 짱뚱어탕 6,000원, 짱퉁어매운탕 3만원선.
# 보성
보성은 차의 고장이다. 질 좋은 차는 봄에 이미 만들어 지지만 찻잎 따는 작업은 가을에도 계속된다. 지금 따는 찻잎은 티백 제품으로 주로 이용된다. 수작업으로 한 잎 한 잎 따내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수확한다. 그래서 차밭은 바리캉이 밀고 간 머리처럼 단정하다. 초록 차밭 너머로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곡식이 찬란한 대비를 이룬다.
차의 종가인 만큼 녹차를 재료로 한 음식점이 많다. 보성군청 앞에 위치한 수복식당(061-853-3032)은 녹차물에 삶은 제육과 녹차에 삶은 갈비찜으로 인기가 한창이다.
탈취, 피부 진정 작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 특징. 푸짐한 상차림의 한정식이 돋보인다. 4인 기준 1상 8만원. 보성군 체육관 앞의 녹차골식당(853-3222)은 돼지 삼겹살에 녹차를 더한 녹돈삼겹살로 이미 전국적 명성이 높다. 삼겹살 1인분 7,000원. 녹차 수제비와 녹차 냉면도 별미.
# 장흥
득량만을 끼고 있는 장흥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국토의 정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정남진(正男津)이라고 불린다. 서울 정동쪽에 위치한 강릉 정동진의 유명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봄에는 제암산 철쭉이, 가을에는 천관산 억새가 장흥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장흥군청 앞에 자리잡은 신녹원관은 15년 내력을 자랑하는 한정식 전문집이다. 표고한우육회, 키조개, 참숭어, 해파리, 쭈꾸미, 해삼, 소라, 돼지불고기, 간재미, 야채전, 석화, 새우, 문어, 조개살, 장어 등 밑반찬만 36가지가 나오는데 가격은 1인분에 1만2,000원이다. 여기에서 전복을 추가하면 1만5,000원, 산낙지까지 포함하면 2만원을 받는다. (061)863-6622
장흥에 왔다면 가을 전어를 빼놓을 수 없다. 득량만 수문해수욕장변에 지난 해 문을 연 옥섬워터파크는 초대형 찜질방에다 모든 객실이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었다.
워터파크측이 운영하는 옥섬관광횟집(061-862-8401)에서 싱싱한 자연산 회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가을의 별미 전어를 회나 구이로 먹을 수 있고, 내장으로 만든 젓갈의 일종인 밤젓도 별미이다. 바다하우스(862-1021)는 막걸리로 담근 자연 식초에 무쳐내는 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글ㆍ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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