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뒤늦게 어그부츠 대열에 합류한 사람이라면 유행의 덧없음에 장탄식이 나올 만하다. 겨우내 멋쟁이들을 달뜨게 만들었던 어그 부츠가 말 그대로 패드(fadㆍ순식간에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패션 현상)로 끝나고 이번 가을엔 그 빈자리를 웨스턴 부츠가 채웠으니 말이다.
금강제화 마케팅실 김현주 씨는 “내구재에서 패션 소비재로 구두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제품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라면서 “어그 부츠의 경우 일부 재고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한다.
어그 대신 올 가을 겨울 최고 인기 액세서리로 떠오른 것은 웨스턴 부츠다. 할리우드 영화속 카우보이들이 신었던 부츠가 최근 유행하는 러시안 무드 혹은 보헤미안 스타일을 세련되게 마감해 주는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막바지 여름부터 길고 너풀거리는 층층이 치마와 웨스턴 부츠를 연출해 불균형의 매력을 발산하더니 가을 들어서는 청바지, 카고 팬츠에, 발랄한 미니스커트나 봉긋하게 부풀린 복고풍 볼륨스커트에 두루 어울리는 패션 소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상태. 랜드로바는 8월 말 선보인 3개 디자인의 웨스턴 부츠 판매율이 90%를 넘어 5개 디자인을 추가 생산중이다.
레노마 탠디 에스쁘렌도 비아스피가 등 유명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웨스턴 스타일을 내놓고 있다.
올해 웨스턴 부츠의 매력은 고급스럽고 섬세한 디테일을 살린 데 있다. 뾰족한 앞코와 징을 달았던 고리 장식 등 특징적인 외관은 그대로 살리면서 투박한 소가죽 대신 고급스러운 스웨이드나 송치를 사용하고 자수와 크리스털, 다양한 색상의 인조 보석 등으로 장식해 빈티지 감성을 물씬 풍긴다. 러시안 풍의 영향도 두드러진다.
탠디 디자인팀 강선진 팀장은 “올 가을 웨스턴부츠의 키 포인트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울 것”이라면서 “털방울이 달리거나 몸통 부분을 털로 장식하는 등 러시아 분위기를 첨가한 제품들은 멋스러운데다 활용 폭도 넓어 인기”라고 조언한다.
본격적인 웨스턴 부츠외에 목이 길고 종아리 폭이 넓은 통부츠도 주목할만하다. 웨스턴 부츠의 디테일을 다양하게 응용하고 7츠 이상의 하이힐을 달거나 라펠(재킷의 접은 옷깃 모양) 장식을 덧댄 것 등이 특히 인기 상품으로 부상중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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