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비로소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제법 바람도 차졌다.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사람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괜히 이맘때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감상, 분위기, 낭만, 멜로라는 단어들이 유독 잘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이 시기에는 여행의 패턴도 달라진다. 여름 여행이 북적대는 인파와 부대끼는 맛이라면 가을 여행은 외로움을 만끽하는 여행이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만나는 호젓하고 멋들어진 펜션은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간다. 해가 남아가면 낯 모르는 얼굴과 마주 앉아 모락모락 피어 나는 모닥불에 손을 쬐며 바비큐 파티를 벌린다.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하는 경기 양평의 펜션 2곳을 다녀왔다.
♡ 캐슬빌(양평군 단월면 부안리)
서울에서 하남과 팔당대교를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보룡까지 간 뒤 70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하면 홍천의 대명 비발디파크로 가는 길이 나온다. 비발디파크에서 4㎞정도 못 미치는 곳에 와인캐빈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여기서 좌회전해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캐슬빌과 만난다.
1만평을 넘는 부지에 24개의 펜션이 터를 잡고 있어 북적거림이 없다는 것이 장점. 객실은 12, 15, 18, 20, 27평형 등 5가지 형태. 넓은 대지에 들어선 펜션치고는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객실이 실평수 기준이어서 예상외로 방이 넓어 또 한 번 놀란다. 실제로 27평형은 방 2개와 넓은 거실에 실외 정원까지 있어 웬만한 콘도 50평형대와 맞먹는다.
펜션으로 진입하는 곳곳에 코스모스와 돌단풍이 피어 완연한 가을임을 느끼게 한다. 펜션 아래 오운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지천에 널린 야생화들이 빚어내는 소리와 색채의 향연이 즐겁다. 새벽이면 피어나는 물안개가 계곡을 굽이치는 3개의 작은 폭포를 감싸 운치를 더한다. 수백개의 펜션이 난립하는 양평 지역에 올 7월 문을 연 시설치고는 꽤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3년간 펜션 사업에 종사한 김성규(47)사장의 안목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입구에 마련된 동물 농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닭, 칠면조, 토끼, 기러기 등이 둥지를 트고 있다. 앞으로 공작새 원숭이, 타조도 곧 농장에 새 식구로 영입할 계획이다. 능숙한 솜씨의 조련사가 말등에 투숙객을 태우고 단지 이곳 저곳을 누비는 장면도 이국적이다.
해가 어둑해 질 녘이면 야외 공연장 주변은 바비큐 파티장으로 바뀐다. 투숙객들은 미리 준비해 온 고기를 펜션측이 준비한 바비큐 그릴 위에 올리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주말이면 가수나 댄스팀의 공연도 곁들여진다. 임지훈, 김지연 등 통기타 가수들이 이 곳을 다녀갔고, 이번 주말에는 라틴 댄스 동호회의 공연도 준비된다. 낯선 사람과의 어색한 만남이 싫다고 해서 바비큐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객실마다 바비큐 그릴과 벽난로가 있어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붓한 식사를 즐기는데 손색이 없다.
임대료는 평당 1만원선. 12평형은 12만원이지만 6명이 충분히 잘 수 있고 주중에는 40%가량 할인된다. 아예 펜션 일부를 분양 받는 방법도 있다. 평당 800만원 가량이면 펜션 한 채의 소유권을 이전 받고, 이에 대한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031)775-3940, www.castleville.co.kr
♡ 바탕골펜션 - 봄네동산(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수도권 대표적인 문화 체험 공간인 바탕골예술관이 운영하는 펜션이다. 예술관에서 3㎞떨어진 산속에 들어 앉아 있어 일단 이 곳에 들면 속세와 멀어진 느낌을 받는다.
12명이 함께 잘 수 있는 33평형에는 노을집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집은 21평형으로 가족 단위에 적합하다. 각 방마다 별도의 다락방이 있다. 연인들에게는 5평짜리 작은 집이 어울린다. 방에 딸려있는 툇마루가 운치있다.
‘나의 두 번째 집(my second house)’이라는 컨셉트에 어울리게 소품 하나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하다. 화장실의 휴지나 비누에서조차도 고급스러움을 느낄 정도이다.
객실을 나서 수영장으로 가면 야외 바비큐 그릴이 마련돼 있다. 집에서 장만한 고기와 찬거리를 내놓고 오붓한 파티를 열 수 있다. 객실 주위로 난 산책로를 거닐며 깊어 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아도 좋다. 5평형 9만원, 21평형 17만원, 33평형 33만원. VIP 회원은 20~30%가량 할인된다.
음식을 장만해 오기가 귀찮다면 예술관에서 준비한 바비큐 파티에 참가하는 방법도 있다. ‘오늘은 밤이 좋다’라는 주제로 15일부터 매주 토요일 마련된다. 오후 3시 30분께 예술관에 도착, 미술 전시품을 관람하고 나면, 발레나 오케스트라의 공연 관람과 티셔츠 염색 작업 및 머그컵에 그림 그리기 등 공예 활동 체험도 곁들여 진다.
해질녘인 오후 6시부터는 예술관이 마련한 돼지 목삼겹, 새우, 소시지, 오징어, 버섯을 구워 먹는 파티가 시작된다. 밥과 된장국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사전에 미리 예약해야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성인 3만5,000원, 어린이 3만원. VIP회원은 30% 할인. (031)774-0745, www.batangol.com
양평=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