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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어른을 위한 동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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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어른을 위한 동화 영화

입력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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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요일 저녁마다 방송되는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자녀교육의 끔찍함과 어려움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줘 ‘이건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역효과를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은 ‘떼보’ 쌍둥이 형제의 버릇 고치기가 4주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 형제는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울음보를 터뜨리며 엄마한테 발길질을 하고 ‘엄마 죽여버릴 거야’라는 등 끔찍한 말을 내뱉는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 프로그램의 교육 방식이라는 게 참 잔인하다. 교육에 있어 부모는 심각할 정도로 무지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소위 아동문제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서야 아이들을 바로잡기 시작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 엄마 아빠가 최선이 아닐 지 모른다는 생각은 팀 버튼-조니 뎁 콤비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담긴 교훈과 비슷하다. 영화 속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 주는 듯 하지만 교육에 있어 실상 무능력(그리고 무경험)하다.

초콜릿 공장장 윌리 웡카가 초콜릿 속에 숨겨 놓은 초대권을 구하기 위해 어떤 아빠는 수천 박스의 초콜릿을 사 들이고, 어떤 엄마는 딸을 최고로 키우려 하지만 그 욕심이 지나쳐 ‘껌 오래 씹기 대회’ 같은 어이 없는 대회에 딸을 내보낸다. 똑똑하지만 어른 공경을 모르는 천재소년의 아버지는 늘 아들에 휘둘린다.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제대로 된 사랑 방법은 모른다. 이 때 소매를 걷어 부치는 이가 윌리 웡카인데, 못된 어린이들을 쓰레기 통으로 떨어뜨리거나 다람쥐 떼에게 공격 받게 하거나 초콜릿 원형 통에 끌려들어가게 하는 등 끔찍한 벌을 내려 버릇을 고쳐 준다.

어쩐지 닮아있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면, 동화가 끊임 없이 만들어지고 재생산 되는 것은 그것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장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욕구불만을 채우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불평하지 않는 착한 아이 찰리는 상을 받고, 버릇 없는 아이들은 혹독한 벌을 받는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작동화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부모가 주저하는 일을 척척 해 내는 윌리 웡카에게서 대리 만족을 얻은 어른들의 성원 때문일 것이다.

개봉 4주차가 되도록 아이 손을 잡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찾는 부모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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