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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삼청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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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삼청동길

입력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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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삼청공원을 잇는 삼청동길. 도심의 분주함을 피해 한옥들 사이로 난 폭좁은 인도를 따라 산보하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삼청동길은 전통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 문화의 거리다.

한 집 건너마다 자리잡은 갤러리와 공방은 인사동이나 청담동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화랑가를 이루고 있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 커다란 통유리가 달린 모던한 감각의 레스토랑과 와인바들은 고풍스런 북촌의 풍경과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제비나 산채비빔밥이나 같은 별미를 즐기려는 넥타이부대로 북적거렸던 이 거리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라면 젊은 미술가와 전시기획자, 전시회를 본 뒤 차 한잔을 즐기려는 중년의 부인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인사동을 떠난 화랑과 미술 관련 사무실 등이 이곳으로 속속 북행(北行)해 안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 들머리의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 등 이미 터줏대감 격인 화랑들을 제외하고도 팔판동, 소격동, 사간동 골목골목마다 중소 규모의 화랑과 전시공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갤러리 피프틴, 갤러리 베아르떼, 김현주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등 지난해말부터 문을 연 중소 화랑들을 포함해 삼청동 일대에 자리잡은 화랑은 20여 곳을 헤아린다.

국무총리 공관 건너편 한옥집을 개조해 지난해말 문을 연 갤러리 피프틴의 이려은(35) 대표는 “갈수록 늘고 있는 식당, 찻집 때문에 인사동이 상업화된 반면 삼청동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기성작가보다는 젊은 작가들을 양성한다는 생각으로 갤러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의 숫자 자체도 늘었지만 저마다 개성있는 테마를 가지고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려 한다는 것이 삼청동 화랑가의 특색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실제로 이 지역 6개 화랑은 지난 여름 유망한 미대 재학생 120여명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삼청미술제’를 열기도 했다.

갤러리가 아니라도 삼청동길의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삼청파출소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탱화, 철제만다라 등 티벳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티벳 박물관’이 있다.

금융연수원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부엉이가 그려진 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부엉이 박물관’이 젊은 연인들의 발길을 붙든다.

바나 카페 건물 자체로도 볼거리인 경우가 많다. 다락방과 온돌방, 외국 여행자들을 위한 와인바까지 갖춘 한옥개조 주점 ‘연’, 테라스가 달린 서양식 정원을 개조한 커피숍 ‘투고’ 나 시원한 통유리창이 인상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하루’ 등이 그런 곳이다.

한켠에서는 삼청동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2~3년 사이에 이 일대가 급격히 상업화하면서 삼청동 고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라져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정착인구도 5년 사이에 2,000명 가량 줄었고, 땅값이 크게 뛰는 바람에 동네인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일근(52) 삼청동 주민자치위원장은 “20년 전만 해도 10곳 미만이던 가게들이 최근 100여 개로 늘어날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며 “동네 고유의 운치와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지도록 잘 관리해서 서울 도심의 명소로 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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