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에게 거액을 갈취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충북경찰청에 구속된 청주서부경찰서장 김모(50)씨가 도박으로 탕진한 돈이 무려 54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제천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1월4일 이 지역의 한 인사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강원랜드 카지노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만 해도 이것이 나락으로 빠지는 첫걸음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도박에 맛이 들인 김씨는 같은 해 4월 충북경찰청 경무과장으로 발령난 뒤에도 카지노에 출입하면서 몇 달새 수억원의 돈을 날렸다. 김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카지노를 출입, 월요일 자주 지각을 하는 등 1년3개월 동안 무려 150여일을 카지노에서 보냈다. 김씨는 이곳 VIP룸에서 바카라 도박을 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을 잃은 김씨는 2003년 7월 청주서부경찰서로 발령이 나자 부하직원들과 주변 인물들로부터 마구잡이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또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압력을 가해 1억여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김씨는 사표를 내고 잠적하기 3일전인 2004년 2월24일까지 도박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모두 54억여원을 탕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김씨가 사용한 4억여원을 비롯, 김씨가 부하직원과 동창, 경찰 유관단체 관계자 등 30명에게 빌리거나 갈취한 15억7,000여만원의 출처를 확인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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