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이(吳儀ㆍ67) 부총리가 8일부터 4일간 북한을 방문한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 중국 사절단을 이끌고 가는 게 방북의 표면적 명분이다.
그러나 그의 방문길에는 의전 나들이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달 베이징 6자 회담 타결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가닥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후진타오 (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는 여장부의 이번 방북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우 부총리는 여걸이 많은 중국 정계에서도 걸출한 제3세대 여성 선두 주자다. 단발형 머리에 테 없는 안경을 쓰고 습관적으로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인 모습에는 권위와 카리스마가 배어 있다.
1938년 11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태어난 우이는 대학에서 석유학을 전공했다. 기업에서 26년을 일하다 1988년 베이징(北京) 부시장으로 발탁돼 관계로 들어선 그의 진가는 대외경제 업무를 관장, 지적 재산권 등 통상 협상을 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클린턴 정부 시절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칼라 힐스와 중국 내 불법 복제를 두고 담판할 때 중국을 ‘좀도둑’ 다루듯 하는 미국측의 처사에 분노, 미국을 중국 유물을 강탈해간 ‘강도’라고 맞받아치는 뱃심을 보였다.
그의 두둑한 배짱은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가 일본이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귀국한 데서 또 한번 확인됐다.
독신인 우 부총리에게는 염문설도 그치지 않았다. 자신을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소개한 양상쿤(楊尙昆)전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전 국가주석에게 추천한 리난칭(李嵐淸) 전 부총리와의 관계는 사실 여부를 떠나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혼을 못했을 뿐 독신주의자가 아니라고 소개하는 그는 사석에서 키스를 해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좋던데요”라고 넉살을 부리기도 한다. 사태 판단이 빠르고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불도저 운전을 즐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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