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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리플리스 게임

입력
200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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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팬이라면 깊은 생각에 잠긴 슬픈 눈동자의 알랭 들롱 연기가 인상적인 ‘태양은 가득히’(1960)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999년 맷 데이먼이 주연해 ‘리플리’로 리메이크된 ‘태양은 가득히’는 55년 선을 보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다재다능한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를 필름에 담았다. 들롱이 연기한 리플리는 근사한 외모와 야망을 채우기 위해 부잣집 친구를 죽인 냉혹함이 교차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로 영화 역사에 남아있다.

‘리플리스 게임’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냉혈한으로, 완전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행동하는 리플리를 다시 스크린에 옮겼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5부작 중 세 번째 이야기로 결혼 후 범죄와 거리를 두고 있던 리플리가 다시 살인을 즐기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성 같은 저택에 살면서 유유자적 하던 리플리(존 말코비치)는 백혈병 말기 환자인 조너던으로부터 “돈만 넘치고 품위는 없다”는 말을 듣는다.

자존심이 상한 리플리는 조너던을 친구의 살인청부업에 소개해 곤경에 빠트린다. 리플리의 제안을 거부했다가 유산을 남기기 위해 받아들인 조너던은 시한부 인생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살인에 점점 빠져들고, 일은 리플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전개된다.

‘리플리스 게임’은 이음매가 꽤 매끄러운 스릴러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낸다. “며칠만 지나면 까맣게 잊을 수 있기에 살인이 재미있다”는 리플리는 가정에서는 하프시코드를 정성스레 닦으며 성실한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조너던은 가족 앞에서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인을 저지르면 야릇한 쾌감을 느낀다. 전혀 닮지 않은 두 사람을 비교하고 이들이 조금씩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비정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엿본다.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1974)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여자 감독 릴리아나 카바니가 메가폰을 잡았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맡아 무게를 더했다. 6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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