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늘리고 외형을 키워야 살아 남는다’는 것이 국내 출판계의 생존법칙이 된 것과는 정반대로 최근 들어 ‘1인 출판’으로 너끈히 잘 사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다.
대형 출판사들은 외형 확대를 위해 ‘임프린트(imprint)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출판기업이, 독립해서 출판사업을 하려는 역량 있는 편집기획자를 지원하여 독립 출판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업 내부의 1인 출판’이다. 출판계 전반의 ‘부익부 빈익빈’ 추세 한쪽에서, 출판 전문가 집단끼리 다양하게 협력하는 체제가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다.
화제작을 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1인 출판사로는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등 역사분야 책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산처럼(윤양미), ‘헌법의 풍경’ 등 인문사회 교양서 출간에 주력하는 교양인(한혜원), ‘백만불짜리 습관’ 등 경제경영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용오름(서사봉) 등이 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낸 에코의서재(조영희),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낸 지오북(황영심),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의 그리스ㆍ로마 원전 번역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숲(강규순) 등도 역량 있는 편집자 출신이 혼자서 견실하게 운영하는 출판사들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최신호에서 1인 출판의 성공 뒤에는 ‘기획(또는 편집) 프로덕션’이 자리잡고 있다며 ‘지금의 변화 추세로 볼 때 출판사의 편집 업무 전반을 아웃소싱하는 업태로 발전해나갈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인 출판이 대세’라고는 할 수 없다며 ‘1인 출판을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는 것일 뿐 그들도 힘이 생기면 하나 둘 직원들을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임프린트 체제는 랜덤하우스중앙, 웅진씽크빅 등 대형 출판사가 주도하고 있다. 랜덤하우스중앙은 두앤비컨텐츠, 북박스 등의 브랜드를, 웅진씽크빅은 외부 편집자를 활용한 리더스북, 노블마인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민음사도 최근 황금나침반을 설립하는 등 ‘소사장제’ 브랜드를 늘릴 계획이다.
한 소장은 “저자와 기획자 그리고 유통회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책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발신해서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출판계에서 어느 때보다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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