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범정부 조직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출범한 지 18일로 1년을 맞는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과학 주도 행정을 실험하고 있는 기구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장한 인적자원혁신본부의 모델이 바로 과학기술혁신본부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여전히 낯선 기구임에 틀림없다.
“과연 될까”“정말 한다”는 우려와 기대 속에 출발한 과학기술혁신본부 체제 1년의 업적을 묻자 임상규 본부장은 실질적인 연구개발 예산 편성권을 갖고 이를 행사한다는 것을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과기부 40%, 19개 타 부처 40%, 민간인 20%라는 인적 구성에, 처에서 부로 승격한 지 10년도 안 된 부처가 갑자기 정부 전 부처의 연구개발을 총괄 조정, 평가하고 예산까지 편성한다는 건 정말 ‘안 되는 일’같았습니다.”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직전 과학기술부 차관이었던 임 본부장은 자원해서 그 불확실성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 과학기술장관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보다 출석률이 높습니다. 논의를 하면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이죠. 그만큼 실질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인데, 그 핵심이 바로 예산권을 쥐고 있다는 점 입니다.”
실제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보다 15%나 늘어난 8조9,729억원으로 급증했다.
임 본부장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임무를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따져 지원하자는 것’으로 요약했다. 이를 위해 종합조정ㆍ평가ㆍ예산편성권이 주어진 것이다.
그는 “이제 여러 정부 부처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중복 지원을 없애는 일이 실효성을 갖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평가를 제대로 하면 국가적으로 연구개발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앞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잘라버리는 아픈 일도 감내해야 한다”고 임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내년 예산에서 상징적으로, 중복 투자되고 있는 나노팹 예산을 정리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 같은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과학기술혁신본부 인력의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본부장이 제시한 또 하나의 과제는 출연연구소 활성화다. 그는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이 발달하면서 어정쩡해진 정부 출연 연구소를 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기부와 교육부의 통합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는 옳은 이야기지만 입시제도를 안고 있는 지금의 교육부와 합치는 것은 함께 죽는 길”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11월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미래 과학기술혁신 국제포럼’을 열고 11월 하순에는 코엑스에서 혁신본부 성과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전문가들 이런 점을 바란다
“기술혁신 통해 국가경제 성장 주도하라” “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과학기술계는“정부 부처 내 종합조정 역할과 과기부 의 위상이 높아지긴 했지만 앞으로 연구개발 시스템 혁신을 위한 노력을 더욱 배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락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이제는 지금까지 준비해 온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NIS) 구축 사업을 실행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NIS란 기술혁신 주도형 경제를 만드는 시스템혁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출범했으며 30대 과제가 도출돼 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어떤 분야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선점할 것인가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박병무 부경대 시스템공학과 교수도 “혁신본부,대통령 보좌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과학기술 행정이 강화한 것은 눈에 띄는 성과”라면서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미시경제 차원에서 기술혁신 중심의 정책 입안을 추진’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 교수는 “기술혁신을 토대로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구조가 돼야 국가 부가가치도 늘어날 것”이라며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연 이 과제를 풀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기부의 한 간부는 기획력 강화를 기대했다. “심의관들이 전문적인 인력과 조사를 바탕으로 분야별 연구개발 전략을 치밀하게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수주하는 능력이 아니라 연구하는 능력에 따라 평가받고, 경쟁을 통해 새로운 연구인력이 충원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출연 연구소의 경우 전체 정원을 제한하고, 시한을 두고 계약제로 운영하면 연구인력이 원활하게 충원되는 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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