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ㆍ수산업이 너무 많은 항생제를 함부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가 정리해서 발표한 ‘축ㆍ수산업 항생제 오남용 실태’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무심코 잊고 지내는 항생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축산물 1톤을 생산하는 데 항생제를 얼마나 투여하느냐는 평균값이다.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이 31~44g에 불과하고 미국 146g, 일본 356g인데 한국은 911g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의 2.5~30배의 항생제를 마구 쓰고 있다는 얘기다.
축산물이나 수산물에 항생제를 많이 쓰면 두 가지 위험이 따른다. 항생제는 지속적으로 복용해서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 효과가 있다. 또 증세가 사라진 후에도 일정 기간 계속 먹어야 살아 남은 세균이 내성균으로 ‘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축산물에 축적된 항생제가 인체에 옮겨지면 더 많고 강한 항생제를 복용해야만 약효가 있게 된다. 또 축ㆍ수산물의 내성균의 인체 감염 가능성도 있다. 선진국이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수의사의 처방에 따른 항생제 사용이 6%에 지나지 않는 반면 ‘농가 마음대로’가 40%, 사료 혼합이 54%에 이른다. 이런 상태에서 적정 항생제 사용 운운은 애초에 이야기가 되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사료 제조업자나 농가가 항생제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쉽게 항생제에 의존해 버리는 행태다.
우리는 중국산 먹거리의 안전성을 두고 침을 튀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런 논의가 전체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지 못하고 엉뚱하게 국내산 먹거리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 것으로 끝나기 일쑤다. 그런 쪼가리 인식을 바탕으로 식품 안전을 기약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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