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원하게 드라이버샷을 날린다고 얘기들 많이 하세요. 일부러 과감하게 쳐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자신있게 스윙하는 것뿐이에요.”
올해 프로 무대에서 ‘슈퍼 루키’로 불리는 신인왕 후보 1순위 박희영(19ㆍ한영외고3)의 샷은 멀리 나가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은 높다.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도 80%를 넘는데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드문 경우다. 그는 지난달 25일 휘닉스파크에서 끝난 파브인비테이셔널에선 막판 7타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컵을 안았다.
이어 벌어진 신세계배 제27회 KLPGA 선수권대회(8위)와 프로암 대회를 마친 2일 저녁 한국일보사 1층 갤러리에서 박희영을 만났다. 강훈과 빡빡한 경기 스케줄로 피로해 보였지만 그린에서 풍겼던 당당한 승부사의 모습과 여고생의 풋풋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우승 소감요? 그냥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열심히 플레이를 하다 보니 우승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뿌듯하고 담담해요.”
지난해 9월 하이트컵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정상에 올라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인 박희영의 드라이버샷은 프로무대에서도 알아주는 장타다. 169㎝에 63㎏으로 거구는 아니지만 평균 비거리가 265야드에 달하고 맘만 먹으면 280야드도 훌쩍 넘긴다. 연습벌레인데다 아버지, 여동생은 물론 얼마 전 작고한 외할아버지까지 장타자인 집안의 내림 때문인지 선천적으로 타격감각이 좋기 때문이다.
“분당 하탑초등학교 4년때 골프를 시켜봤는데 남달랐어요. 뼈가 굵고 체격 조건이 좋아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는데 비거리가 장난이 아닌 거에요. 당장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보냈습니다.” 옆에 있던 아버지 박형섭(44ㆍ대림대 사회체육과 교수)씨는 “그때 아예 선수로 키우기로 맘먹었다”고 말했다.
딸 뒷바라지를 시작한 이후 박씨의 집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레슨비와 출전 경비를 대느라 원래 살던 서울 대치동 집을 팔아 분당 평촌 등으로 이사했고 지금은 용인 수지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께 죄송해요. 대신 후회하지 않도록 성공해서 나중에 식구들이 함께 골프 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래요.”
골프광이었던 박씨는 딸의 캐디백을 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학교 제자나 클럽 후원사인 아키아의 마케팅 직원이 대신한다. “아빠가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경기에 전념이 잘 안돼요. 그래서 멀리서 지켜봐 달라고 말씀 드렸어요.” 아버지는 딸이 프로가 된 이후 한 번도 캐디로 나서지 않았다.
“대회 때마다 전화를 하면 부담될까 ‘파이팅’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시는 회장님(후원사인 이수건설 김상범 회장)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는 박희영은 신인왕에 오른 뒤 미국 무대(LPGA)에 진출해 ‘큰일(대회 우승)’을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사진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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