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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공성진 의원님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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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공성진 의원님께(2)

입력
200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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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진 한나라당 의원님! 제게 주신 답을 읽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저는 공 의원님이 저의 문제의식에 동의해 주셨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아전인수격 해석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이야길 한번 들어보시지요. 저는 공 의원님의 다음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강 교수님! 언론을 통해 각색되고 편집되어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가 아니라 저의 당시 발언 전문이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직접 읽어보셨습니까?”

●'언론 탓'엔 동의하기 어려워 그러니까 이 말씀은 언론 보도만을 놓고 보자면 공 의원님의 주장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신다는 뜻이겠지요? 언론은 과연 어느 정도로 공 의원님의 발언을 왜곡한 걸까요? 전 신문 기사들 이외에 공 의원님의 발언을 꽤 길게 보여준 YTN을 시청하고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크게 실수 한 걸까요?

저는 공 의원님의 이 말씀에 지금 한국 사회를 멍들게 하는 비생산적인 갈등의 핵심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잘 아시겠습니다만, 지금 우리 사회에선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공인들의 언론에 대한 불만이 대단합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적 논란을 빚으면 모두 다 언론 탓으로 돌리지요. 이 점에선 특히 참여정부의 불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불만을 십분 이해합니다. 저 자신도 여러 차례 당해봤기 때문에 그 억울한 심정을 잘 알지요. 바로 여기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 의원님이나 제가 기자의 입장이 되어 보자는 거지요.

기자는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입니다. 책임 있는 보도를 하려면 무슨 행사건 시작서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쭉 지켜보고 나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언론이 전체의 맥락보다는 튀거나 자극적인 발언에 주목하는 건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널리즘의 탄생 이래로 지속해 온 저널리즘의 속성이 아닐까요?

아마도 저만큼 한국 언론에 대해 많은 독설을 퍼부은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마저도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언론 탓’엔 동의하기 어려울 때가 많더군요. 물론 전 앞으로도 계속 한국 언론의 질 향상을 위해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공인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발언이 맥락을 제거당한 채 보도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늘 신중하게 발언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원래의 ‘선의’와 ‘취지’가 어떠하건 자극적인 단어 하나가 상대편을 화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공 의원님! 제가 올린 편지의 참뜻은 공 의원님의 역량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한양대 재직 시절 800여 명의 수강생이 몰려 체육관에서 강의하신 적도 있잖습니까? 학생들이 왜 그렇게 몰려들었을까요? 저는 그건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공성진 교수의 비전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때 하셨던 그런 일을 여의도에서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는 거지요.

●꿈을 심어주는 정치 기대 정치가 저주의 대상이 되고 정치인이 동네북처럼 얻어맞는 현실에 대해 화가 안 나십니까? 여야를 막론하고 뜻 맞는 정치인들끼리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정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그걸 정치개혁의 동력으로도 삼는 그런 일을 하시면 안 될까요? 그런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분이 바로 공 의원님 아닐까요?

저도 대통령 비판을 많이 하곤 있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과도한 ‘대통령 중독증’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공 의원님이 여의도에 새로운 정치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개척자가 돼 주시리라는 기대를 접진 않으렵니다. 감사합니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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