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숨진 장기수 정순택씨 시신 송환 이후 장기수 북송 논의가 본격화하고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인도주의적, 인권, 인간적 도리 차원에서 (장기수 송환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뒤 송환원칙과 기준을 검토 중이다. 송환이 이뤄질 경우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일단 조건 없는 인도주의적 송환원칙을 세웠다. 정부 당국자는 4일 “(국감에서 밝혔듯) 송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수 본인들의 의사를 파악하고 다른 부처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그 동안 1993년 3월 장기수 이인모 노인을 남북화해 차원에서 북측에 돌려보냈다. 이어 2000년 6ㆍ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 해 9월 비전향 장기수 83명 가운데 희망자 63명을 송환했다. 최근 정순택씨가 췌장암으로 투병하면서 민간단체인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는 정씨 북송을 촉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2일 시신만 돌려보냈다.
이와 관련, 송환추진위는 “실제로는 비전향 장기수인데 강제로 전향서를 제출한 장기수가 많다”며 “최소한 28명의 장기수가 북으로의 송환을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2000년 송환을 거부했던 일부 비전향 장기수와 강제 전향 장기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북송 대상이 될 수 있는) 장기수는 대부분 남파간첩이나 빨치산 출신”이라며 “장기수의 기준과 범위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70대 이상 노령자 중 송환을 희망하는 전향 장기수까지 포함시킨다면 대상자는 수백명에 달할 수도 있다.
장기수 송환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연계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 장관은 22일 국감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수 송환 문제는)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가 걸려 있어 함께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인도주의 관점에서 송환 결단을 내린 뒤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측은 8월 6차 적십자회담에서도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자신들의 체제유지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며 논의 자체를 회피했다. 반면 남측 보수진영은 장기수를 북송하는 대신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돌려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래저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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