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TV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의 공연을 눈 앞에서 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밖에 없었던 시민이 11명이나 숨지고 96명이 부상했지만 책임 있는 이들은 모두 남 탓만 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참사에 대해 MBC는 “국제문화진흥협회와 상주시의 ‘가요콘서트’ 유치를 요청 받고 현장 실사결과 기획사의 경험 부족과 안전 문제로 거부했지만 상주시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약속해 방송녹화만 하기로 했다”며 도의적 책임 외에는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상주 시장은 이에 대해 “안전 문제 등을 책임지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이벤트사인 유닉스커뮤니케이션은 “행사 1주일 전에 상주시를 통해 경찰에 2개 중대 230명의 경비 인력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며 경찰에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상주시로부터 돈을 받고 벌인 이벤트사의 수익사업이고, 당연히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더 채용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책임이 있다.
경찰은 처음에는 경비인력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다 뒤늦게 “구두 요청을 받고 공문을 보내라 했지만 오지 않아 민간에서 하기 힘든 무대질서 유지와 외곽 교통관리 요원만 투입했다”며 계속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도 경찰은 있었다. 지역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경찰이 1만여명이나 되는 시민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공식 요청이 없어 모른 척 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
공연장에서 사람이 깔려 죽고 다치는 어이없는 ‘후진국형 사고’가 다시 이 땅에서 일어난 배경에는 바로 이런 무책임이 도사리고 있다. 남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모두가 ‘내 탓이오’라는 자세로 책임을 더 안아야 한다.
정광진 사회부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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