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 중 부칙 작성 경위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는 재경부, 공정거래위 등의 관련 공무원들을 주의 조치하는 선에서 4일 마무리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8월 중순부터 한달 보름 동안 조사했으나 삼성측 로비가 작용했다거나 관련 공무원들의 정실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공정위가 부칙 변경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재경부와 공정위,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부칙 조항은 본래 개정안에 포함돼 있었으나 재경부가 공정위 등에 이 법안을 보내면서 부칙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공정위는 부칙 변경을 알지 못하고 검토를 소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금산법 개정안 부칙 조항은 검토 가능한 정책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행정적, 법적으로 책임질 사안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금산법 24조가 신설된 1997년 이전에 삼성생명 등이 취득한 한도 초과지분에 대해 이미 승인 받은 것으로 간주하거나 제재를 면제하도록 한 부칙 조항에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문 수석으로부터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뒤 “절차상 문제는 있었지만 문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뒤 4일 국무회의에서 구두로 주의 조치를 했다.
민정수석실은 조사를 끝내면서 재경부, 공정위 공무원들의 비위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고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공무원들과 삼성측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부처간 협의 부족’이란 문제점을 지적하고 금산법 개정안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조사를 매듭지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그 동안의 오해가 풀렸다”며 안도감을 피력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감시를 받는 상황에서 ‘삼성 봐주기’ 법률 조항을 넣을 수가 있었겠느냐”며 “결백이 입증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공정위가 부칙 변경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경부가 삼성 법무팀의 의견까지 들으면서도 공정위에는 부칙의 중요성이나 쟁점 가능성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여전히 남아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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