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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묻는 두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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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묻는 두 연극

입력
200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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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해서, 이렇게 살만 하니까 이러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건강 검진이라도 받을 걸….” 잠든 아내를 보고 뇌까리는 남편. 그러나 만시지탄이다.

가정 해체의 격랑을 헤쳐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 보게 하는 연극 두 편이 나란히 공연된다. 하루살이 애인을 뜻하는 ‘데이트 메이트’까지 생겨난 요즘, 잔잔한 서정 혹은 파격의 모습으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극단 차이무의 ‘슬픈 연극’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50대 남편과 그 아내가 어느날 저녁부터 밤까지 펼치는 시간 속으로 객석을 초대한다. 지극히 일상적 풍경으로 점철돼 있는 도입부의 무대 풍경은 이 평범한 부부의 일상 아래 잠복해 있는 비극을 낯설어 보이게까지 한다.

그러나 아내가 자리를 뜬 뒤 남편이 풀어놓는 독백은 이 부부가 우리 시대 필부필녀, 곧 우리 자신임을 알게 한다. 아픔을 잊기위해 부부가 펼치는 만담 한 바탕은 연극의 별미다. 작ㆍ연출자 민복기 씨는 “대화와 독백이 교차되는 등 못 보던 형식을 보여 줄 이 무대는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는, 연극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팀의 부부가 나와 각각 독특한 색깔로 번갈아 가며 2인극 앙상블을 펼치게 될 이 연극은 비교 관극의 재미까지 선사한다. 소박하며 우직한 느낌의 김중기 김지영 커플, 손발이 척척 맞는 코믹한 분위기로 곰살궂은 맛을 더해 줄 김승욱 – 박지아 커플이 그 주인공. 데비 분의 ‘You Light Up My Life’가 적극 쓰이는 등 1980년대 정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6~30일까지 상명대아트홀 1관,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4시 7시. (02)747-1010

한편 극단 움툼의 ‘가족 왈츠’에 나오는 가족은 어느 뒤틀린 가족의 속내에 파묻힌 역사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겉보기에 멀쩡한 이 가족은 어떤 족쇄에 얽매여 있을까.

처제를 여자로 느낀 사내는 결국 그녀를 덮친다. 그 현장을 철모르는 아들이 보고는 내막도 모르는 채 어머니에게 “이모랑 아빠랑 싸우다 서로 껴안고 있다”며 고자질한다.

격분한 어머니가 여동생을 숨지게 하고 만다. 그러나 남자는 사건을 모두 떠 안고 법정에서 18년형을 언도 받는다. 모범 복역으로 가석방 조치를 받고 귀휴한 남자에겐 예기치 못 한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자신때문에 모든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부인이 자살하고 만 것이다.

우발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통해 그 속에 잠재한 필연이나 파멸적 운명을 그린 연극이다. 이해와 용서가 없고 서로 간에 의사 소통하지 못 하는 가족이란 결국 지옥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끔찍한 가능성이다.

왈츠하면 얼른 떠오르는 낭만적 측면을 배제하기 위해 쇼스타코비치 등 현대 작곡가들이 쓴 기괴한 왈츠곡을 쓰는 등 청각적 측면에서도 통념을 거스른다.

연출자 최은승 씨는 “도덕ㆍ윤리ㆍ관습에 얽매인 가족관을 탈피, 의사 소통이 부재하고 이해와 용서가 부족한 가족상을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 작, 김인수 김소숙 등 출연. 23일까지 블랙박스 씨어터, 화~금 오후 7시30분, 토ㆍ일 3시 6시. (02)744-730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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