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안성시 남사당 풍물놀이전수관. 10대의 앳된 여고생이 체육복 차림으로 외줄 연기를 펼치고 있다. 2.5㎙ 높이여서 밑에서 바라보는 데도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제법 의젓하게 재담을 펼치며 뛰고 돌고 하는 동작이 예사롭지 않다.
구한말 안성 남사당패의 여성 꼭두쇠(우두머리) 바우덕이(본명 김암덕)를 꼭 닮은 주인공은 안성종고 2학년 박지나(18) 양.
“남들처럼 수다도 떨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싶죠. 하지만 이 길이 제가 갈 길이라는 생각에 하루 세시간여의 연습을 견딥니다.”
5일 개막하는 안성 바우덕이 축제에 대비해 맹연습을 펼치고 박 양은 요즘 엎드려 잠을 잔다. 팽팽한 줄에서 엉덩이로 튀어오르는 ‘쌍홍잽이’ 연기를 하다 보니 살갗이 벗겨져서 그렇단다.
더구나 3주전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다 줄에서 떨어져 발까지 다쳤다. 인대가 늘어났지만 당장 줄을 타야 해 압박붕대를 싸매고 연습을 하고 있다.
박 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사물놀이를 가르치던 교사를 따라 남사당 공연을 본뒤 줄타기에 매료됐다. 6학년 때 부모님에게 줄타기를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집안에서 난리가 났지만 박 양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박 양은 “선배의 줄타기를 보면서 늘 나만의 기술과 재담을 창조하려고 노력한다”며 “줄에서 떨어졌을 때도 평소 생각했던 나만의 공중회전을 연습하다 그랬다”고 당차게 말했다.
“두 세 시간만 공연해도 파김치가 됩니다. 일요일도, 방학도 없이 연습해야만 되고요. 그러나 바우덕이 공연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리는 날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박 양은 이미 다 자란 한 명의 장인이었다.
■ 바우덕이 축제
바우덕이는 조선시대 유일한 여자 꼭두쇠로 경복궁 중건때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고 기예를 뽐내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정3품에게 주어지는 옥관자(망건 좌우에 다는 옥 장식품)를 하사 받은 실존인물.
경기 안성시는 종합운동장에서 5∼9일 당시 남사당패를 복원한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2005’를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접시를 깨뜨린 버나잽이’.
버나는 풍물놀이, 덜미(꼭두각시 인형극) 살판(땅 재주넘기)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와 함께 남사당 여섯 마당중 하나로 접시 돌리는 기술이다.
특히 세계줄타기대회 최고기록 보유자 권원태(38)씨를 비롯해 바우덕이의 대를 잇겠다며 나선 박지나(17)양, 여중생 서주향(13) 양 등 3명이 돌아가며 선보이는 줄타기는 압권이다.
중국을 비롯, 프랑스 영국 폴란드 러시아 스페인 기예단의 공연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버나돌리기 컨테스트, 종이탈 만들기, 각시인형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푸짐하다.
문의 (031)676_4601 홈페이지 www.baudeogi.com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