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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발리 테러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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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발리 테러의 배후

입력
200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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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우리 관광객 여러 명이 다쳤다. 지난해 쓰나미 사태에 이어 동남아 관광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항공사들이 발리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2002년 200여명이 희생된 폭탄 테러의 후유증을 떨치지 못한 세계적 휴양 명소의 매력이 한층 손상될 것은 분명하다. 테러범들이 주말 저녁 외국 관광객으로 붐비는 휴양지 레스토랑 3곳을 표적으로 삼은 것도 나라 안팎에 던지는 충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참혹한 테러사건을 놓고 휴양지의 매력 따위부터 논하는 것은 지각 없다고 나무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진짜 중요하다고 여긴 것은 아니다. 국제 언론이 예전처럼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배후로 지목, 테러위협 확산을 요란하게 떠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어서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알 카에다 연계 흔적을 전하지만 대체로 건성이다. 알 카에다의 악행에 익숙한 탓이라기보다, 배후를 의심할 뚜렷한 근거가 없는데다 그런 주장을 곧이 믿는 이도 적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인식이 그만큼 달라졌다.

■뉴욕 테러의 기억이 생생했던 2002년 발리 테러 때는 알 카에다 연계설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다수 이슬람 국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알 카에다 연계의혹을 받은 이슬람 과격세력을 삼엄하게 단속했다. 테러 용의자를 미국에 넘기는 주권 양보까지 감수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 조직이 발리 테러를 지원한 분명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테러조직 리더로 지목된 이슬람 종교지도자도 법원에서 가벼운 형을 받는데 그쳤다.

■이런 경위에 비춰, 이번 테러가 오랜 종교적 갈등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17세기 이래 외세침탈에 시달린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과격세력은 발리 관광이 상징하는 사악한 서구적 가치가 회교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에 반발한다. 따라서 정치적 포용으로 해결할 문제지만, 과거 군사정부는 공산세력의 위협으로 몰아 악용했다.

이어 1998년 들어선 민주정부는 유화적으로 돌아섰으나, 2002년 테러이후 미국의 압력에 밀려 다시 강경책을 쓰면서 극단적 저항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테러의 진짜 원인과 배후도 이런 사실을 토대로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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