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사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즉각적인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적다는 시장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9월30일)보다 21.77포인트(1.78%) 급등한 1,242.78로 마감했다. 특히, 판결 내용이 알려진 오후 2시30분부터 장마감시간인 오후 3시까지 0.31포인트 하락에 그치는 등 이번 판결은 증시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에도 별 다른 영향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보다 1만4,000원(2.38%) 상승하며 60만원대를 다시 돌파했다.
삼성물산(5.26%) 삼성화재(0.93%) 제일모직(4.02%) 삼성정밀화학(1.31%) 삼성SDI (2.30%) 호텔신라(2.37%) 삼성전기(0.51%) 삼성테크윈(1.85%) 에스원(3.78%) 삼성증권(1.70%) 삼성엔지니어링(1.37%) 제일기획(6.00%) 등 대다수 계열사도 강세였다. 주가가 떨어진 삼성 계열 종목은 삼성중공업(-0.33%)과 삼성화재 우선주(-0.17%) 뿐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안이 너무 오래돼 재료의 ‘신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려 5년 전 고발된 사안인 만큼 삼성측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증시에 ‘돌발 악재’로 작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검찰수사 당시에도 이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고 재용씨는 아예 피고발인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는 시장의 냉정한 판단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어내거나 기업 이익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시장의 보편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결 내용이 장 마감 30분 전에야 알려져 증시에 반영될 시간이 부족했고 검찰이 수사확대 방침을 밝힌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아 당분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