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파는 김치에서 중금속 농약이 나왔단 말이오. 이것은 법원의 기소장이니 정해진 날짜까지 법원으로 나오시오.”
1일 중국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의 최대 야채도매시장인 ‘연길남새도매시장’(延吉蔬菜批發市場) 입구. 이곳에서는 김치를 파는 한 조선족 상인과 지역 법원에서 나온 조선족 공무원간에 중금속 김치 처벌문제를 둘러싸고 실랑이가 펼쳐졌다.
기소장을 건넨 공무원은 정해진 시간까지 법원에 나와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상인은 “내 밭에 내가 농약을 치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라며 기소장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안내를 맡은 중국 동포 가이드는 “중국에서도 농산물에서 농약이나 각종 중금속이 수시로 검출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중국산 민물고기, 가공식품에 이어 김치와 차에서까지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급격한 속도로 우리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는 중국산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수입된 농산물은 올 들어 8월말까지 총 720톤(농림부 집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나 급증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조만간 우리의 식탁을 중국산이 거의 휩쓸 것으로 예상돼 유해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역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국안에서도 콩, 양파, 깨 등 주요 농산물의 대한국 수출이 가장 활발한 옌지의 야채도매시장 위생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말이 아니었다. 파리가 들끓는 비위생적인 시장 곳곳에서 상인들이 빨래와 함께 고추나 무말랭이를 말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방치돼 썩어가는 야채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시장에서 고춧가루를 팔고 있던 한족 상인 찌앙마(42ㆍ여)씨는 “고춧가루는 우리가 직접 빻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고추를 사용했는지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에 수입하고 있는 조선족 상인 이모(45)씨는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값싼 중국산 농산물은 대부분 이런 시장에서 보따리상이 물건을 받아 들어가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가격만 맞으면, 고춧가루에 색소를 넣었든 김치에 납 성분이 들어있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최근 두달간 중국 웨이하이(威海)항과 인천항을 오가며 보따리상으로 일했던 오모(30)씨는 “중국의 상인들이 이미 포장해 놓은 것을 가져다가 한국의 도매상에게 날라주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보따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관심도 없다”면서 “다만 싼 가격에 물건을 사올수록 이윤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양이 많고 가격이 싼 물건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오씨에 따르면, 일주일에 3차례 운항하는 한 배의 승객 5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보따리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인당 최대 운송가능한 물량이 40㎏임을 감안하면 배가 한번 뜰 때마다 최고 1톤의 중국산 농산물이 이들 보따리상을 통해 마구 들여오는 셈이다. 이중에는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유해농산물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대해 현지에서 만난 중국당국자는 “일부 유통업자의 잘못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하기 급급했다. 옌볜주 농업위원회 남 철 농업처장(59)은 “우리 농가에서는 정직하게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무역하는 사람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농산물을 무조건 기피하기 보다는 엄격한 절차를 걸쳐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K연구원은 “일본도 중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지만, 철저한 원산지 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재 400%에 달하는 관세를 과감히 낮춰 밀수입되는 농산물의 양을 줄이고, 식당이나 단체급식 등에서도 원산지를 분명히 밝히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옌지=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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