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ㆍ일요일도 없이 하루 11시간 일해야 하지만 너무 신나 힘든 줄도 모릅니다.”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27만평 규모인 대우인천자동차(옛 대우차 부평 공장)의 조립1공장. 드르륵 쿵쾅 거리는 각종 기계음이 끊이지 않으며 내수용 ‘젠트라’와 수출용 ‘칼로스’를 1분에 1대씩 생산하는 이 곳은 현재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오전 8시부터 주간조가 작업을 시작, 오후 5시까지 근무(점심 1시간)한 뒤 30분간 간단한 저녁을 먹고 다시 3시간 특근을 마치면 곧바로 오후 8시30분부터 야간조 근무가 시작된다.
GM의 시보레 브랜드로 판매되는 칼로스(미국명 아베오)가 14개월 연속 미 소형차 판매 1위에 오르며 주5일 근무제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됐다.
그동안 대우인천차 인수를 주저해온 GM은 이 같은 성과를 보며 최근 이 회사를 인수키로 결정, 회사 관계자들을 한층 고무시켰다.
GM은 2002년 10월 대우차의 군산, 창원, 베트남 공장만 인수하고 부평 공장에 대해선 6개월 연속 주ㆍ야 2교대 가동, 매년 4%의 생산성 향상 등의 4대 조건을 충족할 때에만 인수를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시 부평 공장은 강성노조와 극한 노사대립의 대명사이자 1주일에 3~4일은 쉬는, 생산성 최악의 기업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이 때문에 대우차 부평 공장은 대우인천차라는 독립법인으로 남아 GM대우차를 위탁 생산하게 됐다. 그러나 천하의 천덕꾸러기였던 이곳이 3년도 채 안돼 GM이 조기 인수를 결정할 정도로 기적 같은 경쟁력 향상을 이룩한 것이다.
대우인천차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재탄생한 것은 지난 3년동안 남모를 아픔을 겪으며 노사 관계가 한단계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이다.
1987년 입사, 2001년 2월 정리해고된 뒤 공사판과 용역 업체 등을 전전하다 2003년 재입사한 조립1부 권순열(44)씨는 “회사에서 떠나 있는 동안 직장의 소중함과 일을 한다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근로자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2003년 6월 재입사 통지서를 받고 너무 기뻐 펑펑 울었다”며 “요즘처럼 살 맛 나는 때가 없었고 이젠 현대ㆍ기아차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같다”고 밝혔다.
지금 대우인천차엔 권씨처럼 재입사한 근로자가 모두 1,000명을 넘는다.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자 지난해엔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결의, 라인을 멈추려 했으나 현장 근로자들이 거부해 파업이 유야무야되는 일까지 있었다.
박보영(57) 과장은 “불량이 생겼을 경우 누구 잘못인 지 곧바로 파악해 고칠 수 있도록 한 품질실명제도 혁신에 큰 몫을 했다”며 “실제로 2002년 130건을 넘던 자동차 1,000대당 결함건수는 최근에는 27건까지 줄었다”고 강조했다.
김석환(61) 사장은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감대속에서 노사가 한마음으로 단결해 GM의 전세계 60개 공장 중 품질 및 생산성 면에서 ‘톱3’안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며 “모든 근로자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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