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2년 사이 국가청렴위원회(전 부패방지위원회)에 부패신고를 한 공무원 3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43%가 신고한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부패행위를 보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고하지 말라고 권하겠다는 응답도 50%나 됐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항운노조 내부비리를 폭로한 전 부산항운노조 상임부위원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400만원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다. ‘양심선언’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형평성의 원칙을 내세워 일부 간부를 제외하면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국회 도서관 신축공사 감리자가 1억원의 예산 낭비 문제점을 지적한 후 교체돼 이를 청렴위에 제보했으나 국회 통보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되는 바람에 제보자가 곤욕을 치른 사실이 알려졌다.
우리 사회가 내부비리 고발자에 대한 신분보호에 얼마나 무신경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공직사회를 비롯해 기업이나 학교, 단체가 투명하고 건강해지려면 내부비리 고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외부의 감시만으로 부정과 비리를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신분보호가 제대로 안돼 제보자는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따돌림과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청렴위에 부패신고를 한 공무원 가운데 신고 후 징계와 인사조치 등 유ㆍ무형의 보복조치를 당한 경우는 67%에 달했다. 올 상반기 청렴위에 접수된 부패행위 신고가 예년의 절반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고해봐야 득 될 것이 없고 조직의 부패관행이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고 느낀 탓이다.
내부비리 고발은 철저한 신분보장과 함께 사후 안전책이 담보되지 않으면 확산되기 어렵다. 내부비리 고발을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도 뒷받침돼야 한다. 청렴위는 선진국 수준의 증인보호 프로그램 도입 등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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