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상을 더 값지게’(Adding Value to Our World)라는 주제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제39차 국제철강협회(IISI) 연례총회(서울총회)는 한국 철강업계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한국의 철강산업은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ㆍ일본ㆍ미국ㆍ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개발 초기 단계인 1962년 13만여톤에 불과했던 조강 생산량이 73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가동을 시작으로 100만톤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752만여톤을 생산, 40여년만에 360배에 달하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의 철강산업은 산업 소재로서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수출 주력산업의 성장에도 기여,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GDP의 2.2%, 총수출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철강산업은 국민경제 기여도도 높았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철강인들은 “놀라운 한국 경제 발전의 중심에 철강산업이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30여개국 450여명의 철강인들이 참석한 서울총회는 또 ‘세계 철강인들의 한 마당 잔치’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고 철강기술을 자랑하는 신일본제철의 아키오 미무라 사장(IISI 회장)을 비롯, 잇따른 인수ㆍ합병으로 ‘철강왕’으로 등극한 조강 생산량 세계 1위인 유럽 미탈스틸의 라크쉬미 미탈 회장, 2위인 유럽 아르셀로의 기 돌레 사장, 호주 블루스코프 스틸의 커비 아담스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철강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지난해 정회원으로 가입한 쉬러지앙 바오산스틸 사장과 쭈지민 수도강철 회장, 류지에 안번강철 사장, 덩치린 무한강철 사장 등 중국 주요 업체 CEO들도 처음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국내에서도 이구택 포스코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김무일 현대INI스틸 부회장 등 주최국 철강업체의 CEO들이 직접 나와 철강업계의 지속가능 발전 방안 등 현안을 놓고 대화와 토론을 벌이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구택 회장은 개막 연설을 통해 “유례없는 철강업의 호조는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노력 등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급속한 철강 수요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이어 “공정경쟁의 원칙이 철저히 준수되고 세계 철강사간 글로벌 통합이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자”고 강조한 뒤 “철강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긴밀한 협력과 대화로 효율적인 설비 운용의 방향을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철강업계의 대형화와 통합화를 원활히 추진해 경쟁력을 기르고, 철강 설비 확장의 무한 경쟁을 자제해 철강사간 공동 발전도 모색하자는 취지다.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인수ㆍ합병을 추진하려는 철강업체간 의사 타진과 탐색전 등 활발한 물밑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ISI 서울총회 준비사무국 관계자는 “1988년 이후 17년 만에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서울총회는 급변하는 세계 철강업계가 공동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철강산업의 지속 성장과 사회 기여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철강산업의 급속 성장과 한국 경제의 발전상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한편 관광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도 크다”고 평가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 이구택 포스코회장, IISI 회장단에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임기 4년의 국제철강협회(IISI:International Iron & Steel Institute) 회장단에 선임됐다.
IISI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450여명의 세계 철강인이 참석한 가운데 39차 연례총회(서울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신임 회장단 4명을 선임했다.
신임 회장에는 유럽 철강업체인 아르셀로의 기 돌레(Guy Dolle) 사장, 신임 부회장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 미국 US스틸의 존 서머(John Surma) 사장이 각각 선임됐으며 현 회장인 신일본제철의 아키오 미무라(三村明夫) 사장은 잔여 임기동안 부회장직을 맡는다.
IISI 회장단은 임기 4년으로 돌아가며 1년씩 회장을 맡고 있어 이 회장은 2007년이나 2008년 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국내 철강업체 CEO가 IISI 회장단에 선임된 것은 1996년 당시 김만제 포스코 회장이 IISI 회장을 맡은 이후 두번째다.
포스코는 “이 회장이 IISI 회장단에 선임된 것은 그 동안 IISI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뛰어난 리더십과 세계 철강산업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을 통해 세계 철강업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포스코와 한국 철강 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서양에서 각각 2명이 회장단에 선임된 것은 세계 철강업계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회원사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세계 철강의 안정적 수급 균형 유지와 환경보호 및 원활한 원료수급 등 주요 현안을 적극 해결해 나가는 한편 철강업계의 공동발전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IISI 이사회에서는 연간 조강생산량이 200만톤 이상인 러시아 에브라즈 그룹(Evraz Group) 등 4개사가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이에 따라 IISI 회원은 55개국 192개 철강사와 철강관련 협회 및 단체로 늘어났다.
1967년 설립된 IISI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매년 연례총회와 9개의 분과위원회 등을 열어 세계 철강업체간 정보교류 등 철강업계의 공동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코, 현대INI스틸, 동국제강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황양준기자
■ 철강업계는 지금 몸집 불리기 중
유럽의 미탈스틸과 아르셀로, 일본의 JFE스틸 등 세계적 철강업체는 물론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까지 저마다 인수ㆍ합병(M&A) 전략을 통해 몸집 불리기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전자나 자동차 등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규모의 경제’ 면에서 더디기만 했던 철광업체들이 대형화를 통해 공급 조절 능력 확대 등을 통해 세계 철강시장의 주도권을 선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말 미국의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을 인수, 연산 6,300만톤 규모로 세계 1위의 초대형 업체로 떠오른 미탈스틸이 인수ㆍ합병 바람에 휩싸인 ‘철강대전’의 1차 승리자가 됐다.
지난해 1ㆍ4분기 영업이익률이 19.0%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7.0%까지 치솟아 세계 최고 수준인 포스코(영업이익률 31.4%)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미 4대륙 14개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미탈스틸은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 주요 고객들이 글로벌 전략에 따라 생산기지를 세계 각지로 옮김에 따라 인도에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도계 영국인인 라크쉬미 미탈 회장이 연산 1억톤 정도가 될 때까지 M&A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조강 생산량 세계 2위인 아르셀로도 2002년 우시노르(Usinor), 아르베드(Arbed), 아셀라리아(Aceralia) 등을 인수했고, 4위인 일본 JFE스틸도 가와사키제철(KSC), 일본강관(NKK)을 인수해 대형화 바람을 일으켰다.
상하이 바오산스틸도 M&A를 통해 조강 생산량 2,100만톤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포스코에 이어 세계 6위에 올라 중국업체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됐다.
이처럼 세계 철강 업계에 불어닥친 대형화ㆍ통합화 열풍은 앞으로 대형 철강사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도 기회가 되면 M&A에 나설 수 있으며 생존을 위해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 들어 6월까지 전 세계 철강 및 금속 업체간에 이뤄진 M&A는 144건(153억 달러 규모)으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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