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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삼성 경영'…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4일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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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삼성 경영'…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4일 선고

입력
2005.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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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대물림하기 위한 변칙증여인가,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정상적 경영행위인가.

현재의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낳게 한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4일 내려진다. 40여명의 법학 교수들이 고발한 지 5년 3개월, 검찰이 기소한 지 1년 10개월 만이다. 이번 선고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사장, 상무였던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 삼성에버랜드 사장에 대한 것으로, 향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부자의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가늠자다.

서울중앙지검이 공소시효 완성 하루 전인 2003년 12월 허씨와 박씨를 불구속 기소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다. 이들이 1996년 주당 최소 8만5,000원의 가치가 있는 삼성에버랜드 CB를 발행하면서 삼성 계열사들이 인수를 포기한 실권주 125만여 주를 재용씨 등 이 회장의 4남매에게 주당 7,700원에 넘겨 회사에 약 969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고발인들은 재용씨를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만들어 경영권을 편법 승계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8월 말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이혜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허씨와 박씨에게 각각 징역 5년, 3년을 구형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장 주식인 삼성에버랜드 CB의 적정한 전환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CB 저가배정 행위를 회사에 대한 배임죄로 볼 수 있는가 등이다.

검찰은 기소 때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8만5,000원~23만원으로 평가한 근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고 장외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재용씨 등이 “삼성SDS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데 대해 장외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용산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장외시장에서 거래됐더라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삼성측은 “설령 저가로 배정을 했더라도 법리상 삼성에버랜드가 아닌 당시 실권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의 손해인 만큼 회사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사건을 처음 맡았던 재판부는 올 2월 두 차례 선고를 연기한 끝에 정기 인사로 후임 재판부에 사건을 넘기고 떠나는 등 상당히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판결에 따라 국내 최대 그룹의 경영권 확보과정의 정당성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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